정라곤 논설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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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여름축제로 각광받아온 ‘대구 치맥페스티벌’이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일정이 변경됐다. 여름날 축제 대신 10월경 야외에서 개최되거나 12월경 실내 개최론까지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는바,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다. 한낮에는 도로 아스팔트 포장도 녹는다는 무더위의 도시,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알려진 바대로 지금까지는 폭염 속에서도 치맥페스티벌이 성황리에 개최됐고, 이열치열(以熱治熱)의 경지를 참가자들이 맛보았던 것이다.

요즘에는 ‘치킨 지수’ 등 별의별 ‘지수’들이 다 있다. 지수(指數)라는 것은 “수량의 대비에서 기준치를 100으로 했을 때의 100분비로 나타내는 지수”로써 다른 현상의 변동을 서로 비교하는 데 유효한 기준치이다. 예를 들어, 물가지수에서는 어느 시기의 물가를 100으로 하며, 비교하는 물가를 95, 105 등으로 나타낼 때 물가지수 95 수치는 비교 시기보다 낮은 가격을 나타내고, 물가지수 105는 기준시기보다 물가가 높음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지수는 인간생활에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측정치이다. 그렇지 못하고 관련 사업자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도 있으니 ‘치킨지수’가 바로 그렇다. 치킨(chicken)은 알고 있다시피 ‘닭에 밀가루 따위를 입히고 튀겨 만든 요리’를 말하는바, 치킨과 행복과의 상관관계를 ‘치킨지수’로 수치화 한다는 것인데, 그 주창자들은 “실제로 소비를 하지 않고 치킨이 생각나는 것만으로도 별 걱정 없이 행복한 상태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공인된 게 아니고 또 일반화된 지수는 아니지만 우리생활주변에서는 별의별 지수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지수 가운데 여름날 반갑지 아니한 ‘불쾌지수’는 청량한 매미울음소리로 잠재우는 대신, 행복지수에 빠져보자. 행복지수는 영국의 심리학자가 만들고 연구 발표된 2002년 이후 전 세계에서 이 공식과 순위에 관심을 가져왔다. 18년 동안 80가지 상황에 대해 10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실험해본 결과, ‘인간의 행복은 자신의 인생관 등 개인적 특성을 나타내는 P(personal), 또 건강과 돈, 인간관계 등 생존조건을 가리키는 E(existence), 고차원적인 야망과 자존심·기대 등을 의미하는 H(higher order) 등 3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행복지수 이론이다.

이들 3요소 중에서도 ‘생존조건(E)이 개인적 특성인 P보다 5배 더 중요하고, 고차원 상태(H)는 P보다 3배 더 중요한 것’으로 판단해 ‘행복지수 = P+(5×E)+(3×H)’ 공식화했고, 이 도식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으니 그 결과로 도출된 ‘2020년도 세계행복지수’ 국가순위에서 핀란드가 1위, 덴마크가 2위, 노르웨이가 3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들 나라는 공히 사회주의국가로, 누구든지 수입의 50퍼센트를 의무적으로 세금으로 내야하는데, 그 대신 대학까지 가는 학비와 병원비는 무료이고, 실업자 발생 시 직장을 구할 때까지 실업수당이 나온다는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이들 나라에서는 ‘부자는 있지만 가난한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절로 통하는바, 사회 구성원이 좋은 혜택을 보려면 무엇보다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가 보편화돼야 함은 당연해 보인다. 스칸디나비아반도처럼 사회보장제도가 잘 된 나라에서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고,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이 예외 없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세계행복지수 메달급 국가에서 국민들이 행복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미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함이 없어서다. 국가가 확실한 복지정책으로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정치에서도 정치인들이 도덕적인 정치를 행함으로써 대다수 국민들이 정치인을 신뢰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 예가 오래전 수상이 손주에게 초콜릿을 사주면서 개인 돈을 지급하지 않고 공금을 사용했다고 해서 그 직에서 물러난 사례가 있는바, 그 정도로 정치풍토가 깨끗한 나라인 것이다.

UN행복지수에서 세계국가 가운데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핀란드는 높은 수준의 신뢰와 사회통합을 이루고 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고, 지역별, 이념별, 계층별 사회분열이 된 우리나라에서는 최소한 정치적 풍토 개선만큼은 표본으로 삼을 만도 하다. 하이클래스로 치부되는 여야 대선 주자들은 가릴 것 없는 행보로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들을 비롯한 위정자들은 ‘2020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나오는 대목 중 다음 내용에 특히 유념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또 국민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사회환경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가장 중요하고, 사회적 관계가 두텁고, 신뢰가 높을수록 개인적 역경으로 인한 불안함을 줄일 수 있다”는 강조점인바, 그 불안감이 완전해소 된 후에야 부국강병의 마지막 귀일점이자 그야말로 전 국민이 바라는 ‘국민 행복국가’가 아닐쏘냐. 선진국으로 입문한 대한민국이 언제쯤 사회적 관계가 두텁고, 정치적 신뢰가 높은 나라가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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