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경선이 8월 말부터 시작된다. 경선버스 출발을 앞두고 벌써부터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는바 ‘덜컹’거리는 불협화음에 당내 대선주자뿐만 아니라 이준석 대표가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일부주자들과 캠프진, 학자들이 이 대표에 대한 책임론을 확산시키고 있는바, 이 현상과 관련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말한 것이 꼭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진 교수는 “이준석 대표가 사진 중앙에 자신이 있고 후보들은 그 옆에 서있기를 원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다.

평상시와 같으면 당 활동에서 대표가 중앙에 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이 시작되면 당대표의 비중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국민의힘 당헌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일(2022. 3. 7.) 전 120일까지 대통령후보자를 선출해야 하고 최종경선에서 선출된 자. 즉 대통령후보자는 대선 업무의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적으로 가지게 된다. 그런 경우 늦어도 올 11월 7일 선출된 대선후보자가 실질적으로 국민의힘 대표 역할까지 맡아야하는바, 현재 이준석 대표는 경선관리만 잘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대표를 두고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은 당대표가 유력 대선주자들을 지원해야 마땅함에도 후보들에게 군기잡기식으로 하거나 자신이 당대표의 위상을 내세워 사사건건 주도하려는 것은 젊은 혈기의 체면적 욕심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당 생활을 오래 해본 김재원 최고위원은 현재 당내에서 진행 중인 갈등의 원인이 ‘이 대표가 주목받으려는 욕심’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김 최고위원의 논리는 단순하다. 대선정국에서는 “당대표가 주인공인 아니라 대선주자들이 주인공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준석 대표는 좌충우돌하고 있다. 진중권 교수의 비난이나 김재원 최고위원의 충고에 이어 국민의힘 중견인 정진석 의원까지 거들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원하고 있는 정 의원은 ‘대어를 가두리 양식장에 가두지 말라’고 점잖게 요구한바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멸치와 돌고래에게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 경선 관리”라고 맞받아치기도 했고, 자신을 향해 공격하는 당내 인사를 향해서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용어까지 구사해가면서 일일이 대항하며 불쾌감을 보였다. 그러니 당내외에서는 경험부족의 소산이라는 평가가 앞서고 있다.

당대표가 싸움닭이 아니라 대선주자 캠프의 대변인이나 홍보파트가 유리한 정책을 널리 알리면서 혹여 상대 당이 전개해온 경선주자에 잘못된 공격에 대해 싸움닭 행세를 하는 게 마땅해 보이건만 어떻게 경선을 공정관리해야 할 당대표가 대선주자들의 요구 또는 행동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시비를 가리려 전투적 태세를 취하는 것은 지나친 처신이 아닌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독야청청보다는 중진들의 고언을 귀담아 듣고 진중하게 경선관리에 임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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