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은 성공했을까. 평가가 분분한 가운데 세계의 눈은 벌써 6개월 후 열릴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개막식. 성화와 일장기 뒤로 휑한 관중석이 보인다. (출처: 뉴시스)
도쿄올림픽은 성공했을까. 평가가 분분한 가운데 세계의 눈은 벌써 6개월 후 열릴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개막식. 성화와 일장기 뒤로 휑한 관중석이 보인다. (출처: 뉴시스)

2020 도쿄올림픽 폐막

코로나 속 강행해 비난

결과→경기 중심 분위기

日 손실 있지만 대회 선전

‘델타·보이콧’ 中 대회 시끌

[천지일보=이솜 기자] “전 세계 수십억명이 이번 대회의 성공을 훌륭한 희망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역설적이고, 기이하고, 완전히 이해하기 힘든 대회(뉴욕타임스).”

사상 최초로 세계적으로 전염병 대유행이 발발하는 가운데 개최된 2020 도쿄올림픽의 대장정이 8일 마무리됐다. 패럴림픽은 오는 24일부터 9월 5일까지다.

이번 도쿄올림픽에 대한 평가는 갈리는 양상이다.

개최국으로서 일본은 한때 추구했던 올림픽의 세계적인 흥행과 수익의 블록버스터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스포츠는 감동을 안겨줬고, 대유행 속 5만여명이 모인 것을 감안할 때 올림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슈퍼전파행사로 치닫는 것은 막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달라진 올림픽 패러다임

올림픽 선수들은 이전 대회와 마찬가지로 높은 수준의 드라마를 제공했다.

이 드라마는 냉전 시대를 연상케 하는 벨라루스의 육상 선수 크리스티나 치마누스카야가 강제 귀국을 거부하고 폴란드로 망명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미국의 슈퍼스타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가 심신 건강을 우려하며 6개 종목 중 5개에서 탈락해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바일스는 자신이 받고 있는 압박감에 대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솔직하게 말했고 ‘트위스티스(twisties, 체조 선수들이 공중에 있을 때 몸을 인지하지 못하는 증상)’를 세계에 알렸다.

바일스는 “무작정 세상이 기대하는 것을 해내려 하기보다 몸과 마음을 보호하겠다”고 말하며 팬들의 지지를 얻었다. 이는 과거 금메달과 국위선양을 우선시했던 올림픽 패러다임이 선수 개인의 선택과 정신 건강, 경기 자체를 중시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여서정 선수(기계체조, 동메달)의 경기가 특히 큰 호응을 얻었는데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고도 고개를 떨궜던 그의 아버지 여홍철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 남자 수영 황선우, 여자 배구팀 등도 메달을 얻진 못했으나 개인 또는 국내 기록을 경신했는데, 팬들도 메달 획득 여부와 상관없이 선수들이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에 감동을 받으며 환호를 보냈다.

우사인 볼트가 은퇴한 가운데 육상에서는 이탈리아 선수들이 빈자리를 채우며 다른 종류의 충격을 줬다.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탈리아 선수들은 육상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5개나 거머쥐었다.

◆전염병 악화… 메달 성적은 좋아

스포츠 자체가 주는 감동과 별개로 일본은 이제 올림픽의 비용을 따져야 할 것이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림픽과 패럴림픽 비용은 2020년 올림픽이 연기되기 이전보다 22% 늘어난 1조 6400억엔(약 17조원)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가 주최측 입찰에서 제출한 8천억(약 8조 3144억원)엔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여기에 약 900억엔(약 9400억원)으로 예상했던 입장권 수입까지 무관중 개최로 ‘제로’가 됐다. 또한 일부 올림픽 후원 기업들은 대중적 지지가 부족한 행사와 거리를 두기도 했다.

일본이 보여주려는 도쿄의 이미지 역시 무관중 경기로 세계에 알릴 수 없었으나 올림픽 메달 순위 3위에 오르며 선전한 것은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중보건 비용에서는 손실이 더 크다.

IOC와 주최 측은 이번 대회가 일본의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이 없었다고 선을 긋고 있으나 올림픽 기간 도쿄에서만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5천명을 넘어섰으며 병원들이 압도될 위기에 처했다. 도쿄뿐 아니라 대부분의 지역에서 확산세가 커져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연장할 수밖에 없었다.

마스다 쓰요시 일본 민주의료기관연맹 대표는 이날 NPR 인터뷰에서 “올림픽을 개최한 자체가 감염 관리를 덜 엄격하게 해도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본다”며 “젊은 환자에게 물어보니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외출을 삼가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하더라. 이런 의미에서 올림픽이 국내 코로나19 확산에 기여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올림픽을 ‘부흥’ ‘회복’ 등을 기치로 내걸고 유치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아픔과 20년 이상의 경기침체를 털고 일어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여론을 무시한 채 경기가 치러진 만큼 이런 취지 역시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

퍼모나칼리지의 정치학 부교수인 톰 리는 NPR에 “대유행이나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대중의 의견에 양보하지 않는 태도는 일본 지도자들의 정치적 오만함을 보여준다”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산업화된 나라들 중 어느 한 곳도 전염병 유행을 의지만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6개월 후엔 베이징에서

이처럼 긍정 평가가 적은 가운데 공개적으로 도쿄올림픽이 성공적이었다고 치켜세운 나라가 있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이다.

이번 대회 기간 전염병이 여전히 맹위를 떨칠 것이 확실시되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의문은 크게 대두됐다. 델타 변이는 계속 확산하고 중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의 백신 접종 속도는 여전히 느리다. 작년 일본 주최 측이 델타 변이를 예측하지 못한 것과 같이 내년 2월이 되면 새로운 변이가 새 백신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베이징 올림픽은 홍콩, 티베트, 신장 등 중국 지역의 인권 침해에 비판을 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보이콧에도 직면해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내에서는 중국이 신장에서 무슬림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유린 혐의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한 처벌로 올림픽 보이콧을 시작하거나 개최국들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교도통신에 “중국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는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고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자국만을 위한 대규모 축제를 개최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시진핑 국가 주석은 도쿄올림픽이 문제없이 끝나고 일본이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길 바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가 도쿄올림픽의 성공을 주장하며 격려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지난 5월 말 남부 광저우에서 델타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다시 최악의 확산세를 겪고 있다. 신규 감염자가 많은 지역에는 다시 봉쇄 조치가 내려졌다.

대유행 속 사상 첫 올림픽이 마무리됐지만 의문은 계속 늘고만 있다.

IOC와 선수들은 위구르족 등 소수 민족의 집단 구금과 같은 인권 문제에 관여할까. 공중보건이라는 명목으로 도쿄에서 시행된 개인 자유에 대한 제한은 베이징에서의 더 엄격한 규정을 암시하는 것일까.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한 어떤 질문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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