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사랑제일교회·자유연대 주최로 열린 ‘8.15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5
지난해 광복절인 8월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사랑제일교회·자유연대 주최로 열린 ‘8.15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의 모습. ⓒ천지일보DB

전광훈 목사 8.15 광복절 대규모 집회 강행 예고에 

광화문 인근 상인 분통 “코로나 확산 심각한데 왜”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 한 커피전문점 직원 김모(28, 남)씨는 최근 사장님으로부터 8월 15일은 가게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데 확진자가 다녀갈 수 있기 때문에 하루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광화문집회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처음 봤어요. 안 그래도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데 또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고 하니 아무래도 걱정이 돼서 사장님께서 가게를 닫는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거세질까 걱정이 됩니다.”

8월 15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이자 사랑제일교회 담임인 전광훈 목사가 광복절 집회를 한다는 소식에 일대 상인들의 한숨 소리가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8.15 광복절 집회 이후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으로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날까 하는 걱정에서다. 거리두기 조치 등으로 영업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외면하고 집회를 강행해 감염병 확산 위험을 야기하는 행태는 자영업자들을 또다시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앞서 전 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 등 보수 시민단체들은 서울시의 집회 금지 조치에 반발하며 ‘문재인 대통령 탄핵 국민대회’를 광복절인 오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로 강행하겠다고 선포했다. 이들은 지난 2일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모든 탄압을 뚫고 광화문 8.15집회를 개최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정치방역에 대해 국민 불복종운동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대다수 상인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나라의 정상화를 위해 힘을 모아도 부족한 마당에 왜 자꾸 방역 지침을 위반하며 사사건건 태클을 거냐”는 것이 상인들의 반응이다. 또 국민혁명당은 “문재인 정권이 잘못된 방역으로 자영업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자영업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도 했는데 이에 대해 “(이 시국에 모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우리를 살려주는 것”이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상인들은 광복절 집회로 인해 또다시 폭발적 확산이 일진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였다. 전염성이 높은 델타 변이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인파가 한곳에 모일 경우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광화문역 인근 중국집 사장 최모씨는 “사람들 들어와서 병 걸리면 어떻게 하냐”며 “차라리 문 닫는게 낫다”고 말했다. 이어 “모이지 말라는 데도 왜 모여서 집회를 여는 지 이해가 안 된다”며 “아무튼 그날은 가게 영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가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5
지난해 8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가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DB

광화문집회로 인해 발길이 끊기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김모씨는 “지난해 광복절 집회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후론 사람들의 방문이 뜸해져 한산하기까지 했다”며 “광복절집회가 다시 열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와플집을 운영하는 이모씨 역시 “저번 광복절 집회때 집회 참가자들이 7~8명씩 우르르 몰려와서 주문을 하고 음식을 먹는데 코로나19가 확산하진 않을지 보면서도 불안했다”며 “지금 감염력이 더 높은 변이가 유행중인데 광복절 때처럼 집회가 열리면 집단감염이 발생 안 한단 보장이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번 광화문집회에는 전 목사를 비롯해 일부 보수 개신교 목회자들과 지지 교인들도 대거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개신교에 대한 이미지 타격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 목사가 담임을 맡고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경우 4주째 방역 지침을 무시하고 대면 예배를 강행하고 있는 중이다. 

헬스장을 운영하는 오모씨는 “또다시 개독교 종교집단에서 우리 국민과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자 장난치려 한다”며 “작년 1년 종교집단으로 인한 대한민국 국민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또다시 개독교 종교 집단에서 우리 국민에게 고통과 시름을 안겨주려 한다면 결코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서울시의 집회 금지 조치에도 전 목사 측은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 목사가 이끄는 단체인 국민특검전국변호사단(변호사단)은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 종로경찰서장,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을 형사고발했다.

이들은 오 시장이 집회금지, 예배금지를 강요했다고 주장하며 “직권남용죄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자회견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서울 종로경찰서장과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