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2억명, 사망자 420만명을 넘었다. 최악의 코로나를 겪었던 미국은 백신 생산 후 빠르게 마스크를 벗었지만 최근 델타변이 폭증으로 다시 확진자가 일일 10만명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뉴욕시가 식당이나 헬스장, 공연장, 엔터테인먼트 시설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는 16일부터 실내 시설 종업원과 고객을 대상으로 시작해 초·중·고교가 개학하고 주요 기업들이 사무실 출근을 재개하는 9월 13일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한다. 뉴욕시가 백신 증명서를 자신 있게 정책화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백신이 충분히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도입한 일종의 백신 패스 조치와 비슷하다. 프랑스 등은 ‘자유억압’을 이유로 백신 패스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백신 패스는 뉴욕시가 처음이다. 델타변이 확산으로 3차 대유행 고비에 놓였기 때문에 고강도 규제에 나선 것이다. 뉴욕시는 지난해 혹독한 대유행을 겪었기 때문인지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이번 정책이 백신 접종률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뉴욕시는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근 1인당 100달러의 상금까지 내걸었으나, 뉴욕시에서 백신을 아직 맞지 않은 성인이 3분의 1이나 된다.

4차 대유행기에 있는 우리나라의 확진자는 30일 넘게 네 자릿수다. 현재까지 최선은 백신을 맞는 것이다. 미주 유럽과 달리 백신 패스 제도가 정착되면 우리 국민은 누구보다 빨리 백신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영업시간 축소나 인원 제한 같은 거리두기 단계도 지금보다는 훨씬 완화돼 소상공인들의 코로나 극복과 경제 정상화에도 크게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백신 패스를 정책으로 꺼낼 수 없다. 아직도 백신 수급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1차 접종 인원은 30%대고 2차는 아직 10%대에 불과하다. 11월은 돼야 백신 패스를 꺼낼 수 있는 상황이고, 그것도 백신이 예정대로 공급됐을 때 이야기다.

K방역으로 국격이 상승돼 선진국 대열에 오른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K방역의 진짜 주인공은 알아서 방역수칙을 잘 지킨 국민들이었다는 사실을 미주 유럽 국민들의 방역 반발 시위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에 헌신적인 의료진이 있었기에 그나마 현재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인내만 요구하는 코로나 방역은 한계에 다다라 있다. 부스터 샷까지 홍보하면서 자신 있게 백신패스를 정책화하는 정부를 속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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