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수구·보수의 표심을 잡으려는 의도적인 발언인지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발언이 또 구설수에 올랐다. 벌써 한두 번도 아니고 이쯤이면 전략적 발언이라기보다는 수준의 문제가 아닌가 싶을 만큼 실망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와 관련해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을 했다. 윤 전 총장은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이 아니다. 지진하고 해일이 있어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고 했다.

윤석열 전 총장이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원전의 안전성도 생각보다 높다. 그러나 그 문제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사실관계는 전혀 다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에서도 최고 위험 등급인 7단계를 받았다.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이어 사상 두 번째다. 일본 정부도 수소폭발 등 원전 사고의 참상을 인정했을 뿐더러 지금도 후쿠시마 해당 지역엔 사람들이 살지 못한다. 심지어 원전 일부 시설이 녹아서 토양과 해양으로 스며든 방사능 및 그 오염수의 양은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저장된 오염수가 너무 많아서 감당할 수 없다며 결국 해양에 방류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에 대해 일본 어민들도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정부가 수차례 항의하고 시민사회단체와 어민들까지 나서서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있는 것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를 잘 알고 있을 윤석열 전 총장이 느닷없이 일본 정부도 인정하는 원전 건물 손상과 수소폭발 그리고 방사능 유출에 대해 그런 사실 없다고 한 발언은 그 배경마저 궁금하다. 일본 아베나 스가 정부보다 더 일본적인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말’이나 내뱉는 것인지 참으로 궁금한 대목이다. 오죽했으면 정의당이 나서서 “일본 우익보다 더한 왜곡”이라고 비난할 정도였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초에도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 “과거에는 문제를 안 삼았다”며 일본 스가 정부를 두둔하는 발언을 해 일본 극우세력의 주장과 같다는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이를 인터뷰한 해당 언론의 태도도 적절치 않다. 윤석열 전 총장의 방사능 발언이 논란을 자초하자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는 점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지켜줘야 할 언론의 사명 그 본류에서도 많이 벗어났다. 상식 밖의 유력 대선 주자를 지켜보는 심정, 그 유력 주자를 위해 사실관계 마저 숨겨버린 한 언론의 행태를 보면서 깊은 자괴감을 넘어 참담함을 가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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