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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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등 교육 서비스업에 지출한 카드 승인 실적이 작년보다 올해 18.5% 상승했다는 통계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 교육의 많은 문제점을 나타내는 지표다. 등교와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파행 등교로 수업결손과 학력 저하에 불안을 느낀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지하는 비율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학원가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바이러스 감염위험으로 과외로 바꾸거나, 가계 수입 하락으로 학원을 끊었다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오히려 코로나 발생 전보다 학원생이 늘었다고 한다. 저학년은 돌봄이나 친구와 교류를 위해, 고학년은 저하된 학력을 보충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교육을 찾는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제도하에서는 4단계가 발령되면 학교는 즉시 등교를 중지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반면에 학교처럼 다수의 학생이 모여 수업을 받는 다중이용시설인 학원은 저녁 10시까지 운영할 수 있다. 제도적 모순이 학부모들에게는 자녀를 학원에 보내라는 메시지로 들린다. 학교가 문을 닫으니 유튜브와 게임으로 온종일 폐인처럼 지내는 자녀를 믿고 맡길 곳이 학원밖에 없다. 학교가 외면하는 초등학생 돌봄은 학원을 2~3개 보내며 학원에 의지한다.

공교육은 초등학교 시험 폐지, 자유학년제, 혁신학교, 고교학점제 도입 등으로 이미 망가져 왔다. 코로나19는 공교육의 문제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역할을 했을 뿐이지 제도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지 8년 차인 중학교 2학년에야 첫 시험을 보는 교육제도는 너무 비정상이다. 첫 시험이 끝난 후 대부분 학부모와 학생은 멘탈이 나간다. 8년간 몰랐던 자녀의 수준을 제대로 알게 됐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방법이 없다. 결국, 사교육을 이용해 기초학력을 보충하는 학생은 공부를 따라가지만, 여건이 안 되는 학생은 아예 학업을 포기해야 한다.

아이들을 학교에서 아무런 경쟁 없이 키우려면 사회도 경쟁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가능하다. 시험으로 경쟁하는 대입제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시험 없는 학교는 학생을 평가를 해주는 사교육으로 내몬다. 대학입시와 사회에 경쟁이 존재한다면 학교에서 시험을 통해 경쟁하는 법,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시험 없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과거보다 더 행복해졌다는 그 어떤 객관적 지표도 없다.

60~70년대도 일류 중학교를 보내기 위한 사교육이 존재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공교육도 어느 정도 제 역할을 해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학교의 도움과 노력으로 학력차를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은 공교육이 사교육 없이 학력차를 극복할 수 있는 보조역할을 전혀 못 한다. 예전에는 성적이 부진한 학생을 데리고 나머지 공부를 시켜주던 교사들이 있었다. 요즘의 교사는 성적부진아에게 학원을 권유하는 게 전부다. 학급당 학생 수가 예전에 비하면 절반으로 줄었는데 교사의 역할마저 절반으로 줄었으니 아이러니하다.

필자도 공고를 졸업하며 사교육 없이 1년간 독학으로 사범대학에 진학했다. 필자의 아들도 사교육 없이 학교의 야간자율학습과 독서실 공부만으로 명문대에 진학했다. 학교 내신과 학력고사, 수능으로만 대학을 가던 시대라 가능했다. 사교육 없애겠다며 교육 방송을 만들고 방과후 학교를 만들어 운영했지만, 사교육은 더 번성했다. 수시·학종 등 상류층에 유리한 수상한 제도를 도입하며 사교육을 더 필요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유학년제, 혁신학교, 고교학점제 등 정책은 저소득층 자녀는 아예 공부로 상류층으로 올라갈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신분을 공고히 하는 제도에 가깝다. 교육부 정책을 믿고 자녀를 공교육에만 맡기는 부모는 부동산 정책을 믿고 집을 사지 않아 벼락 거지 되는 상황과 비슷하다. 교사 중에 자녀를 사교육 시키지 않는 사람, 혁신학교에 보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수업결손과 학력 저하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방학으로 문을 닫은 학교를 대신해 학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1년 반 가까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코로나19 펜데믹에 맞는 학교의 역할 변화가 전혀 없다. 방역을 담당하는 일부 교사를 제외하고 생활지도나 교과 수업, 시험, 채점 등에서 교사 업무량이 현저히 줄었다. 방학이라고 무조건 문을 닫기보단 학교가 다른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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