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홍수가 발생한 모습. 한 네티즌은 “라고스섬의 최근 상황을 업데이트 한다. 집까지 수영해서 무사히 도착하길 바란다”며 이 사진을 함께 올렸다. (출처: 트위터)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홍수가 발생한 모습. 한 네티즌은 “라고스섬의 최근 상황을 업데이트 한다. 집까지 수영해서 무사히 도착하길 바란다”며 이 사진을 함께 올렸다. (출처: 트위터)

나이지리아 라고스 홍수 악화

해수면 상승에 “세기말 잠긴다”

“2100년엔 2억명 거주지 잃어”

 

터키 엿새째 산불로 8명 사망

그리스·이태리·스페인도 화염

남유럽 폭염 ‘40~50도’ 극심

“기후변화로 앞으로 더 악화”

[천지일보=이솜 기자] 물에 잠긴 차와 집, 무릎 높이까지 오는 물 사이로 통근하는 사람들, 파괴된 건물들의 비용을 계산하는 집 주인.

아프리카 최대도시이자 나이지리아의 상업 중심인 항구도시 라고스(Lagos)의 장마철 풍경이다.

나이지리아 주민들은 3월부터 11월까지 매년 발생하는 홍수에 익숙해져있다. 그러나 2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올해 7월의 홍수는 최근 몇 년 중 가장 최악이었다.

라고스에서 언론사를 운영하는 에스엘보르 오셀루오남헨(32)은 CNN에 “(이번 홍수가) 매우 나쁘고 이례적”이라며 “차를 몰고 나갔는데 물이 차 범퍼를 덮을 때까지 불었다. 차 안까지 물이 찼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사진과 동영상에는 집중호우 이후 차량 수십대가 침수되는 모습이 담겼다. 홍수는 경제활동을 마비시키며 매년 40억 달러(약 4조 6100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나이지리아 비상관리기관인 NEMA에 따르면 작년 홍수로 200만명 이상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으며 최소 69명이 목숨을 잃었다.

나이지리아의 수자원기관인 NIHSA는 통상 장마가 정점에 오르는 9월에 더 큰 재앙이 닥칠 것으로 전망했다.

◆물에 잠기는 아프리카 최대도시

과학자들은 인구 2400만명의 대서양 연안의 저지대 도시인 라고스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이번 세기말에는 거주가 불가능한 곳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개발연구소가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이 문제는 ‘부적절하고 형편없는 배수 시스템과 통제되지 않은 도시 성장’으로 인해 악화하고 있다.

라고스는 본토와 섬들로 이뤄져 있는데, 특히 건설용 모래 채굴은 해안가 침식의 주요 원인이라고 환경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만조 이즈키엘 나이지리아 소방방재청 대변인은 CNN에 라고스의 빅토리아섬의 강둑은 이미 씻겨 내려가고 있다며 “증가한 수위가 육지를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토리아섬에서는 대서양에서 개간한 육지에 ‘에코 애틀랜틱’이라는 이름을 가진 지역이 건설되고 있다. 개발업자들은 콘크리트로 블록으로 만들어진 8㎞의 담벼락이 바닷물의 범람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야심찬 프로젝트가 주택 부족 문제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도 있지만 이즈키엘 대변인은 “바다의 육지를 매립하는 것은 다른 해안 지역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 일부 지역의 저지대 해안 도시들이 2100년까지 영구적으로 잠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연구그룹 ‘기후 중심(Climate Central)’의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면이 계속 상승하면 영향을 받는 지역은 만조선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다.

보고서는 인간의 활동에 따른 열과 오염의 결과로 30년 안에 3억명의 인구가 만성적인 홍수를 경험하고, 2100년까지는 2억명의 거주지가 영원히 만조 수위 밑에 위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들은 또한 세계 해수면은 이번 세기까지 2m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라고스를 포함한 나이지리아의 저지대는 바다 위로 2m도 되지 않기 때문에 침수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영국의 플리머스 대학도 2012년 연구에서 해수면이 1~3m 상승하면 나이지리아 해안가 도시에 재앙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앞서 경고한 바 있다.

[보드룸=AP/뉴시스] 2일(현지시간) 터키 보드룸 인근 한 마을로 산불이 번지면서 한 주민이 가축을 몰고 대피하고 있다. 터키 해안 휴양지에서 발생한 산불이 6일째 계속되면서 주민과 관광객들이 보트나 자동차로 대피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최소 8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드룸=AP/뉴시스] 2일(현지시간) 터키 보드룸 인근 한 마을로 산불이 번지면서 한 주민이 가축을 몰고 대피하고 있다. 터키 해안 휴양지에서 발생한 산불이 6일째 계속되면서 주민과 관광객들이 보트나 자동차로 대피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최소 8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유럽 전역에 산불

물로 피해를 입은 지역이 있는가 하면 유럽 남부지역에서는 대형 산불이 잇따라 번지며 막대한 피해를 내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기록적인 폭염이 남동유럽 대부분을 뒤덮고 있는 가운데 터키, 이탈리아, 그리스에 산불이 발생해 심지어 국가 전력망마저 위협하고 있다.

6일째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터키 무글라주에서만 1만명 이상이 대피하고 유럽연합(EU) 소속 소방대원들이 터키에 도착해 화재 진압에 동참했다.

올여름 터키 산불은 최근 10여년 사이 최악의 수준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이번 화재로 8명이 사망했으며 불길과 유독성 연기로 수백명이 부상을 입었다. 터키는 지난달 기온이 49.1도에 달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터키의 야당 정치인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화재에 대응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비판에 나섰다. 에르도안 정부는 공중 소화 항공기(에어탱커)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EU가 보낸 항공기에 의지해야 했다.

이탈리아 소방관들은 아드리아 해안과 시칠리아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사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국립소방대는 캐나다에서 온 에어탱커가 지난 24시간 동안 715 차례 화재 진압에 도움을 줬다고 보고했다.

내륙 기온이 45도에 달하는 그리스에서는 건강을 위해 근로자들이 일을 쉬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또한 냉방 사용의 확산으로 전력 지원이 부족해 폐쇄 예정이었던 석탄화력발전소까지 재가동 시키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그리스에서도 로도스섬과 파트라스에서 산불이 발생해 4개 마을과 관광객 약 800명이 대피했다.

스페인에서도 마드리드에서 70㎞ 떨어진 산후안 저수지 인근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화재의 빈도와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으며 EU 역시 올해 화재 시즌은 과거보다 훨씬 더 파괴적이었다고 밝혔다.

브리스톨대 기후과학 교수 댄 미첼은 AP통신에 “남동유럽의 폭염이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니며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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