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와 현대건설 사옥. ⓒ천지일보 2021.6.14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와 현대건설 사옥. ⓒ천지일보 2021.6.14

본사·현장에 과태료 5.6억원

“현재론 처벌 피하기 어려워”

“업계 현실 드러난 사례일뿐”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내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시행된다. 입법단계부터 시행을 앞둔 현시점까지 경영계와 노동계에선 이를 두고 논쟁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굴지의 대형 건설사에 중대재해법을 기준으로 단속을 강행했다. 노동부는 단속 결과 발표에서 “구체적 개선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중대재해법을 피하기 어렵다”며 처벌 대상 1호가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단속대상은 현대건설로, 전문가들은 ‘업계의 현실이 드러난 결과’라고 평가했다.

2일 노동부는 올해에만 노동자 3명이 중대재해로 사망한 현대건설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실시한 ‘본사·현장 안전관리체계 단속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부는 내년 시행되는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기준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301건 중 25건을 사법 조치하고 274건에는 과태료 5억 6761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구체적 추진 전략이 없거나, 성과를 측정하기 어렵다”면서 “위험공정에 대한 개선이 부족해 같은 일이 반복됐고, 본사 차원의 모니터링도 부재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본사가 현장의 위험요인을 개선하도록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현대건설의) 서류 중심의 안전관리로는 중대재해와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즉 본사 차원에서 안전관리가 미흡하다는 것으로, 안전에 대한 책임을 하청에 떠넘기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해 중대재해법에 취약한 구조라는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들이 국내외 현장에서 임직원 및 협력업체의 품질의식 제고와 품질 건설문화 정착을 위한 ‘2021 상반기 Quality Week’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 현대건설)
현대건설 관계자들이 국내외 현장에서 임직원 및 협력업체의 품질의식 제고와 품질 건설문화 정착을 위한 ‘2021 상반기 Quality Week’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 현대건설)

중대재해처벌법이란 기업이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외주로 넘기고 사고 발생 시 책임을 회피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원청에 안전관리 책임과 책임자 처벌을 골자로 한 안전법이다.

기업 측에선 경영자의 처벌만 강조한 법이라 반대하고 있고, 노동자 측에선 처벌 강도가 약하고 ‘5인 이하’ 업체를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예외 규정이 많아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용부의 이번 권고에도 현대건설이 실질적인 개선안을 내놓지 못하고, 중대재해가 계속해서 발생한다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의 처벌 대상 1호가 될 전망이다.

만약 현대건설이 1호가 된다면, 경영책임자인 윤영준 사장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상의 벌금, 또는 현대건설에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이와는 부수적으로 경영자가 중대재해와 관련해 법원을 오가면서 발생하는 부수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23일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과 현대건설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비판하는 광고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에 실려있다. 현대건설은 ‘탈석탄’을 내세우고 화력발전사업을 추진에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였다. (출처: 기후솔루션)
23일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과 현대건설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비판하는 광고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에 실려있다. 현대건설은 ‘탈석탄’을 내세우고 화력발전사업을 추진에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였다. (출처: 기후솔루션)

한편 현대건설은 지난달 23일 ‘탈(脫) 석탄’ 및 친환경을 골자로 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뒤로는 전범기업 미쓰비시와 베트남에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해 국제적으로 비난받았다.

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선 ESG를 표방하면서 사람(People)에 대한 안전·보건 부분 중점 사안으로 언급했는데, 보고서와는 사뭇 다른 현대건설의 ‘안전불감’ 행보에 일부 안전 전문가들은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는 “이 정도는 공사하다 보면 죽을 수 있다는 생각과 노동자들이 정신 차려야 해결된다는 관점의 결과가 중대재해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현대건설은 업계의 현실을 보여줄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영책임자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지금의 중대재해처벌법으로는 기업들의 의식을 바꾸기 어렵다”면서 “현대건설과 같은 원청이 하도급에 책임을 떠넘기고 피해갈 수 없게 법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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