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AP/뉴시스] 영국에서 코로나19 규제가 완전히 해제된 7월 19일(현지시간) 런던 의회 광장에 모인 백신 반대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런던=AP/뉴시스] 영국에서 코로나19 규제가 완전히 해제된 7월 19일(현지시간) 런던 의회 광장에 모인 백신 반대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美 백신 거부자 약 9300만명

성인 20% 차지 “설득 불가피”

 

프랑스서 반백신 대규모 시위

독일 반백신 시위에 法 “불허”

 

가족 비난에 몰래 접종하기도

증상 악화에 거부 후회 사례↑

[천지일보=이솜 기자] 민디 그린은 하루 종일 코로나19 중환자실에서 남편 러스(42)의 곁에서 웅웅거리는 기계 소리를 들으며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는 페이스북에 “우리는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글을 올렸다. 그린은 “백신에 관한 모든 것을 읽었는데, 나를 두렵게 했다. 그래서 (백신 거부) 결정을 내리고 기도를 드리자 괜찮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괜찮지 않다.

네 자녀의 아버지인 그린의 남편은 이제 몸에 수십개의 튜브를 달고 생사의 갈림길을 헤매고 있다. 남편의 옆방에 있던 환자는 몇 시간 전에 죽었다. 남편의 상태를 본 그린은 후회에 찬 메시지를 다시 올리기로 했다.

“만약 내가 오늘 가지고 있는 정보가 전에 있었더라면 우리는 백신 접종을 받았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를 덮친 가운데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백신 접종 거부자(Anti-vaxxer, 안티백서)들을 집중 조명했다.

◆“‘反백신’ 설득 못하면 코로나 못이겨”

미국 전역에서 백신 대상자임에도 접종하지 않기로 선택한 인구는 약 9300만명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의 신규 확진자 중 97%가 백신 미접종자임을 감안할 때 이들은 전염성이 매우 높은 델타 변이로 인해 심각한 질병에 취약하며 바이러스를 더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NYT는 이들이 두 그룹으로 나뉜다고 분석했다.

한 집단은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확실한 사람들로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돼 있으나 백인이고, 농촌에 살며, 복음주의 기독교인이자 정치적으로 보수 경향인 주민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한 집단은 백신 접종 결정을 내리기 전 접종을 미루거나 지켜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에는 젊은 층과 흑인, 라틴계 주민, 도시 거주 주민들이 다수 포함된다.

최근 보건당국은 이 두 번째 그룹에 백신을 접종하는데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이 그룹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성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백신 거부자 그룹이 자신의 의견을 바꿀 수 있는 두 번째 그룹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NYT는 백신 거부자 그룹이 전체 성인의 20%를 차지하기 때문에 그들을 설득하지 않고는 나라가 바이러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텍사스에서 조경 일을 하는 알렉스 가르시아(25)는 자신이 백신을 맞기에 너무 젊고 건강하다고 말했다. 가르시아는 “내 면역체계가 저항할 수 있다”며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86세 할머니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 거부 정서가 강해 주민들이 몰래 백신을 맞는 사례도 나왔다. 미주리주의 의료 관리자는 일부 주민이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가족·친구 등 주변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위장을 한 채 비밀리에 접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도 백신 거부 시위가 몇 주째 벌어지고 있다.

이날에만 수천명이 각 도시에서 정부의 백신 접종 계획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여 19명이 체포되고 경찰관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내무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파리에서만 1만 4250명을 포함해 프랑스 전역에서 20만 4090명이 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지난주보다 약 4만명이 늘어난 수다.

프랑스 정부는 백신 접종을 장려하기 위해 오는 9일부터 식당과 공공장소에 입장 시 코로나19 음성 결과지 또는 백신 접종 증명서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는 이날 ‘자유’를 슬로건으로 삼고 집회를 열었다.

독일에서도 백신과 마스크 착용 등 규제를 반대하기 위한 13개의 시위가 계획됐으나 베를린 법원에서 이를 승인하지 않으면서 시위 규모가 축소됐다.

미 예일대 예일세계보건연구소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지난달 19일 네이처 메디신에서 부유한 국가에서는 대체로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높고 가난한 나라일수록 백신에 대한 수용적인 태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고려한 백신 보급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코로나19 백신 거부 시위대가 집회를 열고 “위험한 백신과 자유의 억압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과 미국에서는 최근 백신 반대 시위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코로나19 백신 거부 시위대가 집회를 열고 “위험한 백신과 자유의 억압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과 미국에서는 최근 백신 반대 시위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출처: 뉴시스)

◆“백신 거부 후회… 스스로 원망”

델타발 대유행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다시 늘어나면서 한때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며 백신을 거부하거나 접종을 망설이던 일부는 이제 그 결과를 보고 후회한다고 말한다.

그린은 “믿을 수 없이 죄책감이 든다”며 “매일 나 자신을 원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타주 시골의 한 병원 관리자인 스토미도 자신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기로 선택한 후 코로나19에 감염돼 양측성 폐렴(양쪽 폐에서 폐렴 증상이 나타나는 것)과 패혈증에 걸린 경위에 대해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했다. 지역 보건부가 올린 영상에서 그는 “백신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너무 두려웠다”며 “내 자신이 스스로 피하려고 했던 문제 중 하나였다”고 회고했다.

보건 전문가들과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백신들이 압도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전염성 있는 코로나19에 대항하는 최고의 무기임을 몇 번이고 증명했다.

그러나 1년 이상 봉쇄와 규제를 반복하며 분노와 피로가 만연한 상황에서 이 같은 백신 미접종자들의 후회 섞인 충고가 반백신 그룹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한 일부는 여전히 백신 접종을 거부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며 조사에 따르면 미접종자 대다수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타 밸리 병원 의사들에 따르면 일부 코로나19 환자들은 자신이 독감이 아닌 다른 질병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여전히 믿지 않고 있다.

그린의 남편이 7월 초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후에도 그린과 소통하던 백신 거부자들은 백신에 관한 루머와 잘못된 정보를 문자 메시지로 계속 보냈으며 마약 등을 코로나 치료제라며 권유했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남편의 몸을 황폐화시킨 모습을 보면서 그린의 생각을 변했다. 그린은 자녀들에게 백신 접종을 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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