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 중인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제공: 카카오뱅크)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 중인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제공: 카카오뱅크)

공모가 기준 시총 18.6조

따상 시 KB금융 시총 넘어

전세대출 리스크 변수 작용

BNK투증 ‘매도’ 보고서 내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카카오뱅크가 공모주 일반 청약에서 58조원이 넘는 돈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중복청약 금지와 시장 일각의 고평가 지적으로 투자 심리가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가운데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8월 6일 코스피 상장 후 카카오뱅크의 주가 흐름에 쏠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뱅크가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를 형성한 뒤 30% 상한가까지 오르는 ‘따상’을 기록하느냐, 기록하지 못하느냐에 대해 투자자들과 금융업권 관계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따상에 성공할 경우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48조원으로 은행업 KB증권의 시총 2배를 넘기게 된다. 그러나 그만한 가치가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첫 중복청약 불가… 증거금 58조 3020억원


지난 27일 카카오뱅크 청약을 진행한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현대차증권 등 증권사 4곳을 통해 접수된 청약증거금은 총 57조 7891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기업공개(IPO) 대어였던 카카오게임즈(58조 5000억원), 빅히트(현 하이브, 58조 4000억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공모 일반 청약 첫날인 26일 카카오뱅크는 증거금 12조 522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그러나 27일 오전부터 수요가 몰리면서 오후 12시 15분 증거금 30조원을 넘겼다. 186만명이 넘는 투자자가 몰리면서 최종 통합 경쟁률은 181.1대 1로 집계됐다.

증권사별로는 ▲한국투자증권(87만 4665건) ▲KB증권(83만 1431건) ▲하나금융투자(10만 4998건) ▲현대차증권(4만 8950건) 순이다.

◆청약 첫날 매도 보고서, 에프엔가이드서 삭제


이러한 카카오뱅크의 흥행에도 금융업계 일각에선 카카오뱅크의 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거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공모가는 희망밴드 최상단인 3만 9000원(액면 5000원)으로 확정됐다.

그러나 청약 첫날 BNK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는 은행이다’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BNK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에 대해 공모가가 과도하게 높게 산정됐다고 지적하며 투자의견 ‘매도’, 목표주가는 2만 4000원을 제시했다. 이는 공모가 대비 38.4%나 낮은 수준이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카카오뱅크 주당 가격은 8만 2000원(7월 15일 기준)으로 총 발행 주식수를 감안할 경우 시가총액은 34조원”이라며 “상장은행 시가총액 합계가 74조원(7월20일 기준)임을 감안하면 장외시장 가격은 어이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뱅크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18조 6289억원으로 금융주 시가총액 1, 2위인 KB금융과 신한지주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해당 리포트의 경향으로 지난 27일 장외주식 거래사이트에서 카카오뱅크는 전날보다 1만 8500원(24.34%) 하락한 5만 7500원을 기록했다. 이후 주가는 떨어져 5만 6500원을 나타냈다. 52주 최고가(9만 6000원)와 비교하면 41.14% 하락했다.

해당 리포트에 시장에서 반향이 커지면서 에프엔가이드에서 이를 자체적으로 삭제 조치했다. 다만 컴플라이언스 규정상 리포트를 완전히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자사 홈페이지 등에서는 볼 수 있다.

◆‘전세대출 지연’ 리스크에 제동 걸리나


금융업의 기본은 고객과의 신뢰다. 그러나 카카오뱅크의 대출 시스템 부실 의혹이 제기되며 안정감이 생명인 은행업의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앞서 JTBC는 사흘 안에 심사결과를 알려준다고 홍보했던 카카오뱅크의 전세자금대출이 지연돼 수십명의 피해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금융감독원은 “언론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보도를 함에 따라 카카오뱅크에 문제에 대한 파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의혹에 대해 “최근 전세대출 한도를 늘리면서 신청이 몰렸고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 출신 전문가들은 말도 안 되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대출 심사의 경우 전산 자동 승인 등 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에 인력이 부족하다 해서 오류가 발생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경현 서민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시중은행은 사흘 만에 전세대출 가부 여부를 결정하는데, 카카오뱅크가 보름에서 한 달까지 심사 결과를 내놓지 못한 것은 아직 은행 역할을 하기엔 모자라다는 증거”라며 “은행원 출신으로서 (대출을 출시한 지 2년이 넘어서야) 여신전문인력을 충원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거품 논란에 “카뱅, 기존 금융사와 다르다”


잇단 거품 논란에 카카오뱅크는 “국내 상장 은행과 영업이익 구조, 수익성, 성장 자체가 달라 출발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카카오뱅크는 아예 새로운 섹터를 담당하고 있다고 보기에 국내 은행과 비교는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 20일 ‘IPO(기업공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최초 100% 모바일 기반 은행으로서 영업이익과 수익구조가 모두 다르고 플랫폼 비즈니스 확장성이 높아 다른 은행과는 확연하게 차별화된다”며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라 카카오뱅크는 IT와 결합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금융혁신을 위해 사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온라인 시장 영향력은 독보적이다. 카카오뱅크의 고객 수는 1600만명이 넘고 금융 모바일 앱 부문에서 월간 활성이용자(MAU) 1335만 명(닐슨미디어 디지털 데이터 기준)으로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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