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벽면에 그려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를 보수단체 관계자들이 차량으로 막아서고 있다. 앞서 지난달 김건희씨는 자신이 ‘강남 유흥주점의 접객원 쥴리였다’는 루머에 대해 “누가 소설을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천지일보 2021.7.2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벽면에 그려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를 보수단체 관계자들이 차량으로 막아서고 있다. 앞서 지난달 김건희씨는 자신이 ‘강남 유흥주점의 접객원 쥴리였다’는 루머에 대해 “누가 소설을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천지일보 2021.7.29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진영 대결이 팽팽한 구도다. 이 와중에 ‘쥴리 벽화’가 등장해 또다시 극한 진영 대결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기자는 29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종로12길의 중고서점 옆면에 가로 약 15m, 세로 2.5m 길이의 벽화를 볼 수 있었다. 건물 입구 바로 옆의 첫 벽화에는 ‘쥴리의 남자들’이란 문구와 함께 ‘20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2006 아무개 평검사, 2006 양검사, 2007 BM 대표, 2008 김 아나운서, 2009 윤서방 검사’ 등이 적혀 있었다.

두 번째 벽화에는 한 여성의 얼굴 그림과 함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란 글귀가 보였다. ‘쥴리’는 이른바 ‘윤석열 X파일’로 알려진 문서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의 예명으로 거론됐다. 그 누가 벽화를 보더라도 김씨를 지칭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벽화를 사이에 두고 현장에서 진보·보수 유튜버들이 서로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이란 주장을 들어 벽화를 가리려는 자와 벽화를 보려는 자가 뒤엉킨 모습이었다. 우리 사회의 극한 진영 대결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보수 진영과 반대하는 진보 진영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론 이번 대선이 네거티브전으로 점철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물론 대선 후보를 비롯한 그 가족과 측근에 대한 검증은 철저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카더라 통신에 근거한 무차별적 의혹 제기는 그 누구에든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선거판을 점점 진흙탕으로 빠져들게 만들 뿐이다.

게다가 확인되지도 않은 과거 사생활에 대한 검증에 몰두할 정도로 한가한 때인가. 지금은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중차대한 때이다. 특히 대선 후보들은 경제, 외교, 국방, 교육, 산업, 복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내놓아야 한다. 네거티브 경쟁이 아닌, 비전·정책 경쟁에 몰두해야 한다는 의미다. 네거티브 경쟁은 국민의 피로도만 높일 뿐, 국가의 미래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런 차원에서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정치권이 진영 대결을 부추기거나 방기해서는 안 된다. 야당은 이번 벽화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행위를 용인해선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이나 지도부의 별다른 입장 없이 침묵을 지켰다. 이재명·이낙연 대선주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선주자들도 벽화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벽화를 옹호하는 지지층을 의식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누구를 지지하느냐, 아니냐를 떠나 이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비판했다. 민주당 선관위원장인 이상민 의원도 “남의 사생활이나 은밀한 부분을 엿보고 싶은 관음증은 어쩌면 본능이기도 하지만, 문명국가에선 자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은 그동안 정책 경쟁을 강조하고 여성의 인권존중을 목소리 높여 왔다. 그렇다면 이번 ‘쥴리’ 벽화와 같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자제시켜야 한다. 더욱이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따른 ‘정치 혐오’ ‘정치 희화화’ 등을 막기 위해 ‘쥴리’ 벽화에 대한 당 차원이나 지도부의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벽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를 보수단체 관계자들이 차량으로 막아서고 있다. 앞서 지난달 김건희씨는 자신이 ‘강남 유흥주점의 접객원 쥴리였다’는 루머에 대해 “누가 소설을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천지일보 2021.7.2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벽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를 보수단체 관계자들이 차량으로 막아서고 있다. 앞서 지난달 김건희씨는 자신이 ‘강남 유흥주점의 접객원 쥴리였다’는 루머에 대해 “누가 소설을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천지일보 202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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