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서점 외벽에 벽화 등장
현장에선 지지자들 신경전
정치권도 ‘벽화’ 논란 가세
최재형 “민주주의 가치훼손”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외벽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등장한 가운데 친 정부 성향 지지자들과 윤 전 총장 지지자들 간 신경전이 극에 달해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29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관철동 종로12길의 중고서점 옆면에는 가로 약 15m, 세로 2.5m 길이의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벽화는 연결된 철판 6장 위에 각각 그려져 있었다. 건물 입구 바로 옆의 첫 벽화에는 ‘쥴리의 남자들’이란 문구와 함께 20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2006 아무개 평검사, 2006 양검사, 2007 BM 대표, 2008 김 아나운서, 2009 윤서방 검사 등이 적혀 있었다. 두 번째 벽화에는 한 여성의 얼굴 그림과 함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란 글이 적혔다.
‘쥴리’는 친문 성향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가 김씨 관련 음모론과 함께 퍼뜨린 김씨의 별칭이다. 벽화에 나열된 이름들도 윤 전 총장 비방 목적으로 만들어진 문건들에서 김씨의 관련 남성으로 등장하는 이름이다. 벽화가 들어선 건 2주 전쯤 이지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전날부터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서점 관계자는 “2주 전쯤 대표가 의뢰해 벽화가 들어섰다”며 “인근 골목이 어둡고 우중충해 대표가 조명 설치와 함께 벽화를 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친문 커뮤니티에 여당 지지자들은 “뱅크시급 명작” “예술이다. 인증샷 찍으러 가야겠다” “성지순례 가자”는 등의 글을 올리며 반겼다.
하지만 윤 전 총장 지지자들은 벽화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지지자들은 현장에서 해당 벽화를 작성을 의뢰한 서점 측에 반발하고, 벽화를 차량으로 가리는 등 강하게 항의했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단체 관계자는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사실인 것처럼 벽화를 그려놓은 게 말이 되는가”라며 “이건 완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인격모독이다. 당장 떼어버리고 싶은데 일단 차로 막아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아침 일찍부터 차량 3대를 벽화 앞에 나란히 주차해 그림을 가려놓고 확성기로 노래를 틀어 놓는 등 시위를 이어갔다. 현장에선 윤 전 총장 지지자들과 기자, 친정부 성향 시민의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위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저런 논란이 사실이든 아니든 저렇게 싸우는 건 보기에 좋지 않다”며 “저렇게 가릴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고소해 자기들 스스로 벽화를 내리게 하는 게 더 좋은 그림일 것”이라고 했다.
또 벽화를 보고 옹호하는 시민도 있었다. 그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기로 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배우자도 의혹이 있으면 검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 저 정도까지 시위를 하면서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쥴리’ 벽화에 대한 공방이 거세다. 여권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야권은 맹비난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종로 어느 거리에, 윤석열 후보의 가족들을 비방하는 벽화가 걸렸다는 뉴스를 접하고 정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행위를 용인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벽화에 대해 ‘저질 비방’ ‘정치폭력’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 살인’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없는 범죄행위이자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정치가 희화화되는 만큼 후진적 정치로 질 낮은 정치인이 득세하게 되고 국가경쟁력은 떨어지고, 결국 국민이 불행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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