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주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3일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 마련된 태공당 월주(月珠) 대종사의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국민의힘 대권주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3일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 마련된 태공당 월주(月珠) 대종사의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황교안과 달리 불교 의례 따라
“신앙 안지켰다” vs “종교 편향”
종교 떠난 ‘화합·통합’ 정신 강조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교회 장로 직분을 갖고 있을 정도로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알려진 국민의힘 대권주자 최재형 전(前) 감사원장이 송월주스님 빈소에서 불교 예법인 ‘합장’을 한 것에 대해 양분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지난 23일 오전 전북 김제의 금산사를 찾아 전날 입적한 송월주스님 빈소를 조문했다. 최 전 원장은 빈소에서 불교식으로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조의를 표했고, 빈소 밖에서 다른 스님들과 인사를 나눌 때도 연신 합장하고 고개를 숙여 반배(半拜)를 올렸다.

이후 취재진과 만나 “큰 스님은 1980년 ‘10.27 법난(法難)’으로 고문과 투옥의 고초를 겪으셨음에도 자비의 정신으로 시민사회 발전을 위해 큰일을 하신 분”이라며 “‘모든 이를 이롭게 하라’는 큰 가르침으로 종교계는 물론 우리 사회의 화합과 나눔의 큰 족적을 남기신 어르신”이라고 추모했다.

최 전 원장의 이번 조문은 불교계를 처음 대면하는 자리어서 이목을 끌었다.

이런 가운데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점에서 유사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당내 대선주자인 황교안 전 대표와는 달리 이웃 종교의 의례를 따랐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황 전 대표는 201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에서 불교 예법을 따르지 않아 ‘종교 편향’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바 있다.

황 대표의 합장 논란은 같은 해인 3월 14일에도 있었다. 조계종 총무원장에 취임한 원행스님과 만나기 위해 조계종 측 요구로 대웅전에서 참배는 했지만, 원행스님을 향해 서서 3번 반배와 합장 대신 악수와 함께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는 이유로 불교계 언론의 노골적인 질타를 받았다. 이웃종교에 와서는 그 예법을 따라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리였다.

이 같은 논란은 기독교 신앙을 가진 정치인이 공식적인 목적으로 타 종교를 방문할 때마다 계속됐다.

타 종교의 의례를 따를 경우 ‘신앙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그렇지 않을 때는 ‘종교 편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최 전 원장의 경우, 최 전 원장이 종교를 떠난 ‘통합’을 강조하면서 빈소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캠프 관계자는 “당초 서울 조계사에 마련된 분향소에 참석을 검토했었는데, 최 전 원장이 전날 밤 직접 빈소에 가겠다고 해 빈소를 찾았다”며 “종교를 떠나 큰 스님의 화합 정신을 진심으로 기리자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계종 총무원장을 두 차례 역임하며 종단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을 받는 송월주스님은 지난 22일 오전 9시 45분 세수 87세, 법랍 67세로 김제 금산사 만월당에서 원적에 들었다. 스님은 생전 김수환(1922~2009) 추기경, 강원룡(1917~2006) 목사와 함께 종교지도자 삼총사로 불리며 시민사회 운동과 종교계 화합에 힘썼다.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사회적 쓴 소리도 마다치 않았다.

스님의 빈소는 금산사에 마련됐으며, 영결식과 다비식은 26일 종단장으로 엄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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