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디어특위 1차 보고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1.6.1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디어특위 1차 보고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1.6.17

절차상 문제도 있는 상황

정의당도 반대하는 입장

위헌 논란과 독소조항 가득

본회의 통과 저지 쉽지 않아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 조작 보도 등 ‘가짜뉴스’에 대해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제하는 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 의사를 거듭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위헌 논란에 독소조항까지 가득한 민주당의 언론중재법에 국민의힘은 물론 언론계와 정의당까지 반대하고 있어 강행처리를 한다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 27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해당 법안을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합작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29일 문체위 전체회의를 열어 의결하고 다음달 중순 법사위를 거쳐 25일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짜뉴스로 인한 국민 피해를 구제하고 공정 언론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언론개혁이 비로소 첫걸음을 뗐다”며 “육참골단의 각오로 야당의 입법 바리케이드를 넘어 수술실 CCTV 설치법, 미디어바우처법, 신문법, 부동산투기 근절 입법, 검찰·사법개혁 입법 처리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미디혁신특별위원회가 추진해 온 언론중재법이 상임위 법안소위를 통과하며 8부 능선을 넘었다. 민주당은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이라고 명명했지만, 국민의힘은 ‘언론재갈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를 근절한다는 본래 취지를 달성하기보다는 정치인, 대기업 등에 대한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요즘것들 연구소 시즌2’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집단 감염에 취약한 체육계 종사자들을 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을 논의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7.2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요즘것들 연구소 시즌2’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집단 감염에 취약한 체육계 종사자들을 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을 논의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7.28

이번 언론중재법에 신설된 내용은 징벌적 손해배상, 정정 보도 청구권, 열람 차단 청구권 등이다.

구체적으로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허위, 조작 보도에 대해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되 배상액은 언론사 매출액의 0.01~0.1%로 제한했다. 연매출 3000억원인 신문사의 경우 15억원까지 손해배상을 할 수 있다. 배상액 산정이 곤란하면 1억원까지 배상액을 부과한다.

언론계와 전문가들은 발생한 손해 정도와 무관하게 언론사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책정하는 방식은 위헌이라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오히려 매출액 규정을 강화할 방침이다.

미디어특위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언론사의 80~90%가 매출액 10억원 이하로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최대 100만원을 받게 된다”며 “매출액의 1%까지 배상액을 올리고, 손해액의 2배 이상으로 배상액 하한선을 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과실 추정’ 조항은 명확성이 떨어져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힌다. 대법원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가 진실하지 않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책임을 면제한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언론중재법에는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해 보도한 경우,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를 한 경우, 제목과 기사 내용이 달라 제목을 왜곡하는 경우, 사진 등 시각자료와 기사 내용이 달라 왜곡하는 경우에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정정보도 시 기존 보도와 동일한 시간·분량 및 크기로 싣도록 규정하는 내용도 언론 재갈물리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인터넷의 경우 정정보도 청구만 받아도 무조건 청구 사실을 해당 기사에 병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통령·국무총리·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등 정무직 공무원과 고위공무원, 판·검사, 대기업 등에 대해서는 ‘악의를 가지고’ 허위·조작보도한 경우에 한해 적용하는 것으로 제한을 뒀다.

허위·조작 보도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것을 인식한 경우, 허위·조작 보도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경우 등이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공인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예외를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허위·조작 보도의 범위나, 악의를 가진 게 어떤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없을 정도로 법이 추상적·포괄적인 상황이다. 또 공인과 기업도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기 때문에 언론 자유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자협회 등 5개 언론 단체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개정안은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반민주적 악법”이라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및 정부 정책의 비판·의혹 보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반민주적 개정 절차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헌법소원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언론의 자유는 곧 국민의 알권리와 직결되는 것이기에 언론개혁 입법 내용은 정교해야 하고 그 속도도 신중해야 한다”며 “이번 여당 주도의 언론 법안에는 언론노조나 언론단체 등 언론계에서 요구해왔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이나 편집 독립권 확보를 위한 신문법 개정, 지역신문지원법 등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의 확산과 선정적이고 편향적인 보도 등으로 언론개혁이 시대적 요구로 떠오른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언론사의 악의적인 왜곡과 오보에는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도 맞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의와 왜곡을 판단하는 기준이 주관적이고 모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소송 남발과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의도를 가지고 악용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통과 과정에서 합의가 아닌 여당이 강행처리를 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강민국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개정안은 야당과 사전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법안소위에 기습상정하여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유리한 언론 환경을 조성하려는 정치적 속내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은 언론을 규제하여 대선을 왜곡시킬 수 있는 민주당의 입법폭주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다만, 문체위 16명 중 민주당 8명, 열린민주당 1명으로 야당 없이도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정의당이 반대 의견을 던져도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을 포함하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법안 통과를 막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달곤 간사, 최형두, 김승수 의원 등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언론중재법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 2021.7.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달곤 간사, 최형두, 김승수 의원 등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언론중재법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 202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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