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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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올림픽방송 중계 실수가 도마 위에 올랐다. MBC는 당사국들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부족했다고 재차 사과했지만, MBC에 대한 비난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MBC의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저버린 사건은 신뢰를 깨뜨렸으며 큰 이미지 추락을 가져왔다.

MBC는 콘텐츠 검수 시스템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지만, 엄연히 MBC 제작진의 기본적인 규범 인식에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MBC의 이번 실수는 외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비중 있게 다뤄지며 퍼지고 있다. 심지어 CNN을 포함한 주요 외신들은 MBC 중계의 잘못된 점들을 심도 있게 비판하며 ‘무례한(disrespectful)’ ‘모욕적인(offensive)’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보도하고 있다.

사려 깊지 못한 이번 MBC의 실수는 코로나 속 힘들게 오픈한 올림픽 개최식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고 전 세계에서 올림픽 중계를 지켜보는 이들을 분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만약 타국 공영방송이 한국의 올림픽팀을 비꼬면서 자막 위에 ‘세월호’나 ‘무너진 성수대교’ 사진을 올린다면, 시청자들은 노력으로 신뢰를 반드시 회복하겠다고 말하는 MBC의 사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MBC는 아이티를 소개하면서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고 표현했고, 노르웨이 선수단 입장 때는 연어 사진, 팔레스타인을 소개하면서는 이스라엘 장벽을 그림으로 걸어 큰 물의를 일으켰다.

올림픽은 1년 반 넘게 전 세계인들이 힘겨워하는 코로나 재난 속에서도 지구인의 우정과 화합을 위해 개최되는 뜻깊은 이벤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애정을 갖고 중계해야 할 공영방송이 타국의 허점을 내세우고 비꼬는 행동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현재 루마니아 축구팬들은 MBC의 부적절한 자막에 분노하고 있다. 그 자막 하나로 인해 한국의 이미지는 추락하고 있다. 공영방송이 상대 팀을 비꼬며 개인 유튜브 방송에서나 쓸 법한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은 불쾌감을 넘어 자국민을 창피하게 만드는 행동을 보였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MBC는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올림픽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에 대해 해당 관계자들에게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타국을 비꼬는 행동은 스포츠 정신과도 어울리지 않으며 그들의 현실을 우롱하고 폄훼하는 일이다. 필자의 현지 미국인 친구가 이번 MBC 사태를 뉴스로 본 후 연락이 왔다.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MBC는 정치적 이념과 잘못된 인식이 있다면 탈피해야 한다. 공영방송답게 내부 심의규정을 지키고 공정하게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

각국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부족했다는 반응에 대해 지속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더 이상은 자국민을 창피하게 만드는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 사태가 과연 방송 준비가 문제였는지, 프로그램 제작진의 꼰대 기질이 문제였는지, 무성의한 졸속 관행이 문제였는지, 충분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러한 사태는 지속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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