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출처: 연합뉴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보험료 인상과 불완전판매를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모집수수료 규제가 도입됐다. 그럼에도 대형 대리점이 편법으로 수수료 선지급에 나서면서 시장이 다시 혼탁해지는 조짐이다.

2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이 소속 보험설계사에게 판매 1건당 지급하는 ‘시상(施賞)’ 수수료를 보험사에 따라 월 보험료의 500%까지 대폭 상향했다.

예를 들어 월 보험료가 7만원인 질병보험이 팔렸다면 바로 그 다음달에 보험설계사에게 최대 35만원을 시상 수수료로 지급하는 것이다.

올해 모집수수료를 규제하는 보험업감독규정 시행 직후 손해보험업계의 계약 첫해 시상 수수료는 통상 월 보험료의 300% 수준으로 형성됐다.

GA가 판매한 계약 1건에 대해 보험사가 집행할 수 있는 1년차 모집수수료 상한선이 연간 보험료 납입액, 즉 월납 보험료의 1200%를 초과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대리점은 보험사로부터 약 1100% 수수료를 받아, 800%를 비례(유지기간 비례) 수수료로, 나머지 300%를 설계사 시상 재원으로 각각 활용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대형 GA는 자체적인 추가 시상 명목으로 특정 보험사 상품에 대해 월 보험료의 최대 200%를 추가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늘어난 시상을 고려하면 계약 1건당 첫해 모집수수료가 실질적으로 1300%로 확대되는 효과가 생긴다.

금융당국이 애초부터 계약 첫해의 모집수수료를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한 이유는 수수료를 조기에 지급하는 경쟁이 격화하면서 보험설계사의 허위 계약과 불완전 판매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1년차 수수료가 연간 보험료와 해지 환급금의 합산액보다 많은 경우 보험설계사는 고객 정보로 허위 계약을 다수 체결하고 조기에 해지해도 상당한 차익을 얻게 된다. 당국은 이에 따라 1년차 수수료를 연간보험료 이내로 묶어 허위 계약과 불완전판매 유인효과를 차단하려 했던 것이다.

손해보험업계는 대형 GA가 특정 보험사와 ‘이면 합의’를 거쳐 2년차 수수료를 편법으로 선지급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00%에 이르는 추가 시상이 특정 손보사 상품 위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대체로 이러한 편법이 단기간에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아울러 1년차 모집수수료 제한 후에도 전체적인 모집수수료는 비슷하거나 되레 늘어 사업비 절감이나 보험료 인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모집수수료를 놓고 두더지잡기식 규제를 하기보단 GA 관리제도를 전체적으로 개선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GA의 도입 취지는 소비자가 한 곳에서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 가장 유리한 것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실제 GA의 모집 행태는 수수료에 종속되고 소비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형태이기 때문에 GA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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