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백제 발언’ 둘러싼 난타전
정세균 “사실상 일베 같아” 맹비난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진실 공방만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여당의 대선 본경선이 네거티브전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28일 각 후보와 함께 네거티브를 자제하자는 ‘신사 협약식’을 열기로 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25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재명 경기지사의 ‘백제’ 발언을 놓고 또다시 ‘지역주의’ 공방이 일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영남 역차별’ 발언을 잇는 중대한 실언”이라고 이재명 경기지사를 질타하며 “국가의 시계바늘은 숨 가쁘게 앞으로 가는데,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의 시계바늘은 한참 뒤로 돌아갔다.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22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7월 30일 당권주자였던 이 전 대표와 만나 “한반도 5천년 역사에서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이 전 대표가) 나가서 이긴다면 역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역시 이 지사를 향한 비판에 가세했다. 정 전 총리는 “가볍고 천박하며 부도덕하기까지 한 꼴보수 지역 이기주의 역사 인식이며, 정치적 확장력을 출신 지역으로 규정하는 관점은 사실상 일베와 같다”고 맹비난했다.
지역주의 비판이 일자, 이 지사도 반박에 나섰다. 이 지사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저는 실력, 신뢰, 청렴을 인정받아 전국적 확장력을 가진 제가 민주당 후보로서 본선 경쟁력이 크다는 말씀을 드렸을 뿐, 이 후보님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지역주의 조장 발언을 한 적이 없고, 인터뷰 기사에도 그런 내용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캠프 우원식 선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낙연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국민께 사과해 달라”며 “이낙연 후보 캠프는 논평을 낸 대변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공방이 가열되면서 김두관 의원은 양측을 싸잡아 비판했다. 김 의원은 “도대체 이 경선을 어디까지 끌고 가시려고 하십니까?”라며 “때 아닌 적통 논쟁에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까지 소환해 내고, 위로해야 마땅할 김경수 지사의 통화내용을 팔면서까지 이래야 합니까?”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2004년 노무현 전(前) 대통령 탄핵 찬반 투표를 놓고도 각을 세웠다. 이 지사 측은 이 전 대표가 탄핵 반대표를 던졌다는 답을 신뢰할 수 없다면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정 전 국무총리까지 가세해 당내 ‘적통’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에 따라 대선주자 간 정책경쟁은 뒤로 밀리고, 진실 공방만 가열되면서 자칫 국민적 피로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