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본)=뉴시스] 23일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이 열리는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 관중석에 관계자들이 앉아 있는 모습과 무관중으로 텅 비어 있는 모습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도쿄(일본)=뉴시스] 23일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이 열리는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 관중석에 관계자들이 앉아 있는 모습과 무관중으로 텅 비어 있는 모습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의 첫 올림픽인 2020 도쿄하계올림픽이 23일 오후 8시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신국립경기장)에서 막을 올린다.

역사적으로 올림픽 개막식은 개최국이 보여주고자 하는 이미지를 요약한다.

2018년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는 평화를 외치며 어린아이 같은 경이로움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한국 전통 소리를 선보였으며 국제적으로 인기 있는 케이팝 스타들이 폐막식을 장식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개막식은 카니발을 중심으로 원주민과 통합의 물결을 묘사하고 다양성을 상징하는 브라질 전통 삼바 타악기를 중심으로 무대가 꾸며졌다.

이번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로 인해 1년이 연기됐고 이제는 전염병 때문에 무관중 속에서 경기가 치러지는 등 관중들에게 최소한으로 공개될 것이다.

여기에 ‘다양성 속의 단결’을 내세운 2020 도쿄 올림픽의 혼란은 개막식 전날까지 이어졌다.

작년 개막식을 목표로 한 무대를 기획했던 팀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올림픽 조직위원회 고위 인사들은 인권 인식 부족을 드러낸 언행으로 비난을 받았고 개·폐회식 음악을 작곡한 오야마다 게이고는 학창 시절 장애인을 괴롭혔다는 논란에 휩싸여 음악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개막 전날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대량학살(홀로코스트)을 개그 소재로 활용한 코미디언 코바야시 켄타로를 올림픽 행사 연출 감독에서 해임됐다.

제이팝이 무대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지만 올해 개막식 공연자들은 미리 발표되지 않았다. 21세기 일본은 자신의 국가와 문화를 어떻게 세계에 나타낼까. 고토와 기모노, 애니메이션, 비디오게임, 제이팝이 나올까. 아니면 그 이상이 될 것인가.

몇 번이고 이전의 개막식에는 마법이라 부를 수 있는 무언가가 이뤄졌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의 뇌물수수, 베이징에서의 검열과 부패, 소치에서의 도핑과 같은 스캔들은 개막식과 경기가 시작되면 뒷전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매일 코로나19로 병에 걸려 죽어가는 가운데 올림픽 성화가 일본과 전 세계에서 대유행으로 인한 고통과 불확실성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혹은 카타르시스나 경외심마저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도쿄(일본)=뉴시스] 23일 오후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도쿄(일본)=뉴시스] 23일 오후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마이니치 신문은 “도쿄가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지 8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조직위원회가 구상한 도쿄 대회는 공개적으로는 ‘평화의 축제’였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상업적인 화려함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15억 달러 규모의 신국립경기장은 7만명 가까운 인원을 수용할 수 있지만 이날 밤 개막식은 대부분 자리가 비게 된다. 주최 측은 약 950명의 VIP만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아름다운 국립 경기장은 거대한 바리케이드로 쌓여 고립된 구역이 됐다. 주변 도로는 봉쇄되고 가게들은 문을 닫았다.

경기장 내부는 단절된 분위기가 느껴진다. 평소 같으면 조국을 위해 소리를 외치고 세계 가국에서 온 스포츠 선수들과 어울리게 될 팬들은 출입이 금지됐다. 언론인, 관계자, 선수, 참가자로 구성된 적은 파견단만 조용히 남아있다.

현재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여전히 확산하고 있어 일본 의료체계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산사태에 대한 공포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날 도쿄에서만 1359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전체의 20%가 조금 넘는 인구만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최장수 위원인 딕 파운드에 따르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생애의 대부분을 올림픽에 진출하기 위해 수년을 훈련하며 보낸다. 그러나 이날까지 적어도 22명의 선수들이 바이러스에 양성반응을 보이면서 그들의 꿈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고 대회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횃불은 경기장을 향하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이 개회 선언을 하며 개막식의 시작을 알릴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연경(배구)과 황선우(수영)를 기수로 약 30명의 선수단이 103번째로 입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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