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 보스턴 주재기자

사실 펜웨이 파크 경기장은 의자에서부터 건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오래돼 보이는데,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빨간 좌석은 일반 좌석들에 비해 가격이 높은 좌석들로 보수공사 시 바뀐 새 의자들이다.

파란색 의자는 MLB에 남아 있는 유일한 나무 의자로, 모두 낡아서 어떤 의자는 조각이 나거나 쪼개져 있었고, 페인트는 거의 벗겨져 매우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좌석은 보수를 거쳤다고 해도 다닥다닥 붙어져 있고, 또 그 크기가 작은 데다 서너 시간씩 넘게 경기를 관람하는 데 있어서 사실 불편하지만, 신대륙 미국에서 옛 것을 그대로 보존하려는 지독한 전통 보존 의식 때문인지, 이런 불편함을 모두 감수하고 경기관람을 하는 모습이었다. 이 곳 경기장은 내외부의 시설들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려는 노력이 철저해 보였다.

펜웨이 파크 경기장은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만석으로 꽉 찼다. 경기장은 주차공간을 따로 제공하지 않아 주차비를 약 20불이 넘게 지불해야함에도 엄청난 주차난을 볼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이런 비싼 주차를 피하기 위해 멀리 차를 대고 걸어오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길 선호하기도 한다. 펜웨이 파크는 그 수용인원이 총 38805명으로 작은 경기장에 속한다고 하지만, 한 시즌 동안 약 200만 명의 관중이 올 정도로 매우 사랑받는 인기 좋은 구장이기도 하다.

펜웨이 파크 입구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양키웨이(Yankee Way) 거리에 인산인해의 붉은 물결을 볼 수 있고, 입구에서는 영화를 볼 때처럼 줄 지어 입장하는 사람들의 손에 콜라 등의 음료와 아이스크림 , 핫도그, 팝콘, 프리첼 등의 음식이 잔뜩 들려져 있고, 정해진 티켓번호 장소로 질서 있게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얼마 전 부터는 사람들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에서 알코올 판매를 허용하고 있었는데, 플라스틱 컵에 맥주나 알코올음료를 담아 들고 경기 관람시 마시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음식도 새 메뉴가 도입되어 더 다양해졌고, 매점과 화장실 시설도 더욱 깨끗하고 편리해졌다고 한다. 펜웨이 파크는 구장을 아끼는 정신만큼 새롭게 바꾸기보단 전통을 보존하면서도 현재 상황에 맞추어 더욱 더 쾌적한 구장이 되도록 보수공사에 적극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고 있었다.

구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경기를 관람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보스턴 레드삭스의 로고나 글자가 들어간 붉은 양말의 티셔츠와 모자를 쓰고 가족, 친구들과 함께 경기장에 나타나는데, 이들은 모두 레스삭스 광적 팬들로, 경기시작부터 끝까지 레드삭스팀을 뜨겁게 응원 하면서 팀과 하나가 되어 함께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마치 우리나라의 붉은악마가 월드컵 당시 축구장의 열기와 사람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던 그 모습이 연상되기도 했다.

상대편이 공격을 하게 되면 레드삭스 홈구장의 관중들은 별로 큰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레드삭스가 공격할 때에는 큰 환호소리와 함께 응원소리가 요란해지기도 했다.

상대편이 레드삭스팀 선수에게 공을 잘못 맞혀 선수부상이라도 있게 되면 우~ 하는 야유의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매웠고, 자리를 채운 관중들이 물결응원에서부터 박수응원에 이르기까지 레드삭스를 집중적으로 응원하면서 상대편을 심리적으로 긴장하게 만들어 전략적 응원을 통한 팀 지지를 9이닝 마지막 순간까지도 계속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레드삭스팀과 관중은 하나가 된 듯, 마치 자식의 경기를 응원하고 있는 열광적인 어머니와 같은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야구장의 또 다른 재미있는 전통으로 8회말 이닝 시작 전에 닐 다이아몬드의 스윗 캐롤라인(Sweet Caroline) 노래를 관중이 모두 함께 부르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야구장의 공식적 전통처럼 되어있어서 레드삭스 팬이라면 모두 외우고 흥겹게 따라 부르는 노래쯤으로 통하고 있었다.

비록 매우 비좁은 공간에 불편한 좌석임에도 별로 개의치 않아 보이는 몸 집 큰 미국인들.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펜웨이 파크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레드삭스를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은 즐거운 여름 한 주말을 시원하게 날려 보낼 수 있는 이곳 미국 보스턴의 매우 중요하고도 자랑스러운 전통문화의 한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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