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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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징 테크(Aging-Tech)’가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에이징 테크란 고령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을 통칭하는 말로 실버 기술이나 장수 기술로도 불린다. 고령자들이 일상생활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노인 돌봄 로봇이나 노인 전용 스마트 워치, 치매 방지를 위한 대화 로봇 등이 에이징 테크가 적용된 대표적 사례이다.

전자동 변기처럼 몸이 불편한 노인이나 환자를 돕는 장치가 에이징 테크의 대표적 사례다. 휠체어로 변신 가능한 침대도 그런 사례다. 에이징 테크의 대표적인 분야로 로봇의 진화도 눈부시다. 사람과 어느 정도 소통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감정과 정서까지도 표현할 수 있는 이른바 ‘소셜 로봇(Social Robot)’이 고령자의 일상생활을 돕는 에이징 테크 로봇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에이징 테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도달한 일본은 대학과 기업, 지자체, 수요자가 공동으로 에이징 테크 개발에 협력하는 모델을 가동하고 있다. 특히 도쿄대는 연구소를 운영해 ‘상생(相生)’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에이징 테크를 상용화하고 있다. 노인 돌봄 로봇 개발업체가 1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은 에이징 테크 관련 스타트업 설립 지원을 위해 정책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도 에이징 테크의 시장성을 읽고 주목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에이징 테크 수준은 현재 걸음마 단계로 평가되며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 지난해 에이징 테크에 관련 예산은 전체 예산 중 0.00063% 고작 32억 4000만원에 불과했다. 대학에서도 전공별 칸막이가 새로운 에이징 테크 개발이 어렵다. 정부나 대학에서 새로운 에이징 테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부처 간, 학과 간 융·복합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특히 우리나라가 에이징 테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많다. 우선 고령인구가 유독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2011~2020년 고령인구 증가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1위다. 65세 이상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이 OECD는 평균 2.6%인 반면 한국은 4.4%로 2배 가까이 높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2017년 14%를 넘어서 고령사회에 진입한 데 이어 2026년엔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음은 출산율 저하가 심각하다. 합계출산율이 1.0명 이하로 줄어들면서 한 해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30만명 미만으로 줄었다. 과거엔 젊은 층이 노인을 부양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인구구조 자체가 젊은 층이 노인을 부양하기 어렵게 됐다. 또 에이징 테크는 노후생활을 병원이나 요양원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유력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에이징 테크 산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에이징 테크 산업을 키우는 것이 정부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에이징 테크를 통해 노인의 건강 나이와 활동 시간이 연장되고, 장기 치료나 요양에 들어가는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에이징 테크 수요 폭발에 대비해 정부 지원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전문가들은 에이징 테크의 핵심은 기술보다는 의지라고 한다. 에이징 테크 산업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난도의 극복보다 이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장려하는 정책 당국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정부나 대학에서 에이징 테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분야별 칸막이를 없애고 융·복합 연구가 가능한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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