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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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8일 정치 참여를 선언한 이후 언론과 뉴스의 초점이나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그에 대한 선호, 비선호가 분명하다. 야권 대선 주자 여러 명 가운데 가장 공격을 많이 받고 그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이 여론의 감시망 안에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인바, 여당에서는 대선 후보 자격조차 없는 형편없는 인물로 몰아가는가 하면 야권에서는 대한민국의 법치를 세우고 기회와 공정의 기반을 공고히 할 적격한 인물로 칭송하고 있다. 한 사람을 두고 이처럼 평가가 하늘과 땅처럼 극명하게 갈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윤 전 총장은 대선 선언 이후 활발하게 행보하고 있다. 사회저명 인사들과 만나고 혹은 삶의 현장, 문제시되는 정책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 인사들과도 교류가 잦다. 그는 지난주에도 거침없는 행보를 하면서 원전 정책에서 실패한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고, 야권인사에 중도·진보까지 아우르는 ‘빅플레이트(큰 그릇)’ 전략에 집중하고 있고, 대전을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자신의 뿌리 충청을 알리는 등 ‘충청대망론’도 솔솔 피우고 있는 중이다.

그 속에서도 국민의힘과 국민들의 관심은 윤 전 총장이 언제쯤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인데, 각기 시기를 예상하고 있지만 어느 것이 야권 대선 주자의 힘을 극대화 시킬 것인지 아무래도 그 시기쯤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제1야당 경선버스가 출발하기 전까지 경선에 참여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또 다르다. 지난 4.7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안철수 단일호에서 보았듯 11월쯤 국민의힘 후보자와 윤석열 전 총장이 단일화해도 늦지 않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그때까지 윤 전 총장이 국민적 인기가 지금처럼 여전하면 문제없다는 판단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윤 전 총장이 지속적으로 야권 주자로서 우뚝 서고 타 주자들에 비교 우위를 보이느냐는 점이 될 것이다. 지금도 윤 전 총장 측은 대선 팀을 꾸려 ‘윤석열이 듣습니다’는 모토로 민생 탐방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중인데, 여당 측 공세도 만만치가 않다. 사실이든 아니든 ‘X파일’ ‘배우자 학위 논문 표절’ 등 넘어야 할 게 첩첩산중인바, 정당의 힘을 빌리지 않고 윤 전 총장이 정무적 판단이나 자신의 대선 캠프로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어떻게 하든지 악재를 떨치고 하반기까지 지지율을 이어가기 위해 때로는 전략적 연대를 하고 때론 민생탐방을 통한 독자 노선을 걷고 있지만 제1야당 입당의 문은 열어놓았다.

분명한 점은 윤 전 총장이 지금까지 대변인 내지 지인들을 통해 입장을 전했던 방법에서 벗어나 자신의 SNS상에서 직접 입장을 밝히고, 상황이 있을 때마다 적극 대응하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여권 대선후보들마저 김건희 씨의 논문 의혹에 대해 비판을 가하자 윤 전 총장 측은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정세균, 추미애 등 자당 대선 후보들의 논문 표절 의혹을 조치하라”고 맞불을 놓았는바 여권 대선 주자들이 과거 공직자 인사청문에서 논문 표절 의혹을 받았던 그 의혹들이 아직도 완전한 석명이 이뤄어지지 않은 상태에 있음을 공격한 것이다.

윤 전 총장 측의 노림수는 자기는 더 큰 흉이 있으면서 도리어 남의 작은 흉을 본다는 항변이니 우리 속담에서처럼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보고 짖는다’ 나무람이 아니겠는가. 정치권에선 “(김건희 씨의 논문 의혹에 대해) 윤 전 총장 측을 겨냥한 여권의 논문 표절 공세가 ‘제 발등 찍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가 않은 것이다.

사실 윤 전 총장의 배우자인 김건희 씨가 결혼하기 전에 작성된 학위 논문 시비보다는 이재명, 정세균, 추미애 등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들이 본인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윤 전 총장 측의 주장은 맞고 일리가 있어 보인다. 여권 대선 주자들 가운데 과거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시민단체로부터 의혹이 제기된 이재명, 정세균, 추미애 대권 주자들은 자신의 논문에 대해선 아무런 문제가 없는 양 모른 척하고 김건희 씨 논문 표절(?) 논란을 문제 삼아 비판을 가한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인 것이다.

배우자의 논문 의혹이라 해도 윤 전 총장은 적극 해명에 나서야 한다. 좋은 먹잇감을 만난 듯 여권 인사들이 기회다 싶어 윤 전 총장을 공격하면서 여론전을 확산시키고 있다. 심지어 논문 지도교수까지 싸잡아 불법행위로 몰아가고 있는바, 이에 당시 논문 지도 교수는 내용과 절차상 하자 없이 논문 심사를 통과했다는 것임을 강변하고 나섰고, 윤 전 총장도 해당 대학에서 논문에 관해 심사한 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쯤되니 자칫 논문 의혹이 있는 여권 주자들의 제 발등 찍힐까 오히려 전전긍긍하고 있는바, 누워서 침 뱉기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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