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로 취임한 방덕우 한국4-H본부 회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7.13
올해 새로 취임한 방덕우 한국4-H본부 회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7.13

농촌·청소년교육운동 이끄는 한국4-H본부 방덕우 회장

 

“국가 발전의 초석 다진 4-H운동, 역사라고 자부”

“지방소멸 위기 농업·촌 위해 청년농업인 육성에 힘”

“사회 여러 문제, 지·덕·노·체 이념 인재육성에 답”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한국4-H운동은 과거 정부 주도로 농촌청소년 교육을 통해 농촌근대화와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회교육운동이었습니다.” “도시화되고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질수록 우리 4-H운동의 사명은 더욱 빛나고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4-H 운동’을 아는가? ‘새마을운동’은 많이 들어봤어도, 4-H는 생소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4-H운동도 새마을운동의 한 축을 담당했고, 오히려 역사 자체는 새마을운동보다 오래됐다. 천지일보는 올해 새롭게 한국4-H본부 회장이 된 방덕우 신임 회장과 만나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국내 70여년 역사의 4-H운동

1902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4-H는 Head(지, 智), Heart(덕, 德), Hands(노, 勞), Health(체, 體)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4개의 H를 뜻하며, ‘좋은 것을 더욱 좋게(To Make the Best Better)’ ‘실천으로 배우자(Learning by Doing)’를 모토로 실천적 경험학습을 바탕으로 하는 청소년교육운동이다.

국내엔 1945년 해방 직후 도입됐고, 이후 1952년 국가시책사업으로 채택되며 전국으로 확산, 1970년대엔 새마을운동과 함께 추진돼 국가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이후 4-H중앙연합회는 1981년 새마을운동중앙본부의 산하 단체로 가입했다.

당시 방 회장은 새마을청소년회중앙연합회 결성에 핵심역할을 했다. 방 회장은 10대 시절부터 4-H운동과 함께했고, 식량 증산이 최고의 목표이던 시절 4-H를 접목해 활발하게 영농활동을 이어갔다.

오랜 시간 함께한 만큼 4-H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방 회장은 “4-H운동은 국내에서 70년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청소년과 청년 인재를 육성해 왔고, 이들은 녹색혁명과 백색혁명의 주역으로 성장해 식량증산을 이뤄내고 한강의 기적을 일구는 밑거름이었다”며 “이런 국가 발전의 초석을 다져온 4-H운동은 대한민국 발전의 역사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4-H본부 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그럼에도 방 회장은 “우리 사회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4-H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인재육성’에 있다고 믿는다”며 “지·덕·노·체 4-H이념을 바탕으로 청소년과 청년의 성장을 지원하고,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회장직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올해 새로 취임한 방덕우 한국4-H본부 회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7.13
올해 새로 취임한 방덕우 한국4-H본부 회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7.13

◆시대 변화에 문제 직면한 4-H

국가시책사업으로 시작한 4-H운동이지만, 현재는 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 빛을 보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방 회장은 “현재 한국4-H운동은 정부의 지원이 점차 줄어들고, 민간운동의 영역이 더욱 늘어나고 있으나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4-H운동은 기본적으로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교육 및 지원사업이므로 어느 정도의 국가의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4-H활동지원법에 근거해 민간영역에서 4-H운동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재정적, 인적 지원의 토대를 정부에서 뒷받침해주고 그 운영에서 민간의 참여가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며 “최근 4-H청년농업인 육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잘 되고 있으나 민간 4-H운동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은 아직 많이 미흡하다”고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국가시책사업일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던 4-H운동은 그러나 시대 변화에 따른 농촌 인구 감소로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2007년 한국4-H활동지원법이 제정됐고, 2020년엔 개정하며 제도를 보완했다.

당시 국회는 ‘1990년대 이후 농촌지도조직의 지방직화, 지도인력의 감소 등으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줄고 4-H활동 역시 빠르게 변하는 농촌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농촌 지역사회의 청년 리더 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개정 이유로 들었다. 여기에 올해 학교 생활기록부 기재요령도 바뀌면서 4-H운동이 더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우려도 나왔다.

방 회장은 “농촌의 인구가 감소하고 도시화 추세가 점점 더 확대되는 상황에서 농촌지도기관의 4-H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줄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들어가야 하며, 바른 인성을 가진 청소년, 청년농업인 리더를 육성해야 한다. 도시화되고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질수록 우리 4-H운동의 사명은 더욱 빛나고 중요해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4차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를 기르기 위해 우리 본부는 4-H청년농업인을 육성해 우리 농촌과 지방 소멸을 막고 디지털 농업 등 혁신기술을 선도하는 리더를 키우고, 농촌을 넘어 도시 청소년들에 대한 농심과 실천 중심의 4-H교육을 통해 이들이 바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정부와 기업체 등의 4-H운동 동참을 호소했다.

올해 새로 취임한 방덕우 한국4-H본부 회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 뒤 4-H 관련 이미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7.13
올해 새로 취임한 방덕우 한국4-H본부 회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 뒤 4-H 관련 이미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7.13

◆코로나 뚫고 세계화 위해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농촌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방 회장은 “한국4-H본부는 최근 바이오기업 등과 협력해 의료용 마스크 100만장을 지원 받아 청년농업인 등 어려움을 겪는 곳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농어촌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자가진단키트 지원사업도 추진한다. 최근 교육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에 따른 2학기 전면 등교 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한국4-H본부는 농어촌의 의료 시설 및 전문 인력 부족, 백신 미 접종에 대한 문제 등에 대비해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4-H운동이 세계적인 운동인 만큼 한국4-H본부는 세계도 바라본다. 방 회장은 “오는 9월 ‘국제적 연대를 위한 외침(A call to Action; Let’s Stay Connected)’을 주제로 세계 4-H 75개 회원국이 참가하는 ‘글로벌4-H 디지털 세계대회(Global 4-H Digital Summit)’를 준비한다”며 “아울러 코로나19 종식이 기대되는 내년부터는 중·고생을 위한 미국 청소년 홈스테이 프로그램과 공립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며 국제적 경험을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4-H본부는 세계4-H본부를 한국에 유치하려는 야심찬 계획도 구상 중이다. 이를 위해 10월에 방회장이 미국을 방문해 약 한달간의 일정으로 협의도 진행할 계획이다. 세계본부 유치를 통해 세계를 하나로 묶고 한국을 세계평화의 중심지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궁극적으로는 장학재단을 설립해 청소년들이 꿈을 펼치고 미래를 향해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농촌 고령화를 넘어 지방소멸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는 농업·농촌 문제 극복을 위해 청년농업인 육성에도 힘쓰겠습니다.”

방 회장이 내세운 각오다. 그는 비영리 민간조직이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4-H운동을 위한 조직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4-H가 글로벌4-H운동의 중심에 서서 환경, 빈곤, 불평등 문제 등 지구촌 공동의 당면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인류번영과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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