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곳간] 삼복 더위, 보양식 언제부터 먹었나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7.13
[문화곳간] 삼복 더위, 보양식 언제부터 먹었나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7.13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또 다시 무더위가 찾아왔다. 30도에 이르는 무더위에 올여름 폭염 일수도 길다는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신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했고 며칠 새 하루 새 감염자가 1천명 대를 넘어섰다. 그간 백신 접종으로 야외활동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또 다시 늘어난 확진자로 복날 체력 보충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우리 선조들도 더위를 이기는 방법으로 원기를 강화하는 음식을 골랐으니, 이를 살펴보도록 하자.

◆문헌 속 기록된 ‘복달임’

‘삼복(三伏) 더위’. 매년 7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는 더위가 심한 기간으로 초복·중복·말복을 뜻한다. 삼복은 매년 날짜가 달라지는데 24절기 중 하지(夏至)와 입추(立秋)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초복은 1년 중 낮이 가장 긴 날로 알려진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이며, 올해는 초복이 7월 11일, 중복 7월 21일, 말복 8월 10일이다.

복날은 옛 중국 역사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마천 ‘사기’를 보면, 진(秦) 덕공(德公) 2(기원전 676)년에 처음으로 복날을 만들었다. 당시 음력 6월부터 7월 사이 하늘을 제사를 지내고 복날 더위를 먹지 말라는 뜻에서 음식을 챙겨 먹었다. 이때 개를 잡아 열독을 다스렸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기원전 7세기에 삼복 제사를 지내면서 충재(蟲災)를 방지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종묘에서 제사를 지냈다. 당시 궁중에서는 더위를 이기라는 뜻으로 복날에 벼슬아치들에게 빙표를 줘 장빙고에서 얼음을 타도록 했다. 일반 서민은 귀한 쇠고기 대신 개고기를 끓여 먹었고 시원한 계곡을 찾아 더위를 이겨냈는데, 이를 ‘복달임’ 또는 ‘복놀이’라고 한다.

여러 문헌에는 조선시대 복날 음식 기록이 담겨있다. 먼저 ‘동국세시기’에 보면 ‘먹고 땀을 흘리면 더위도 물리치고 보신도 된다’고 적혀있다. 더운 날 음식을 먹고 보양하는 날이 복날인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즐겼던 대표적인 복날 음식은 ‘닭’을 이용한 음식이었다. 문헌에 보면, 닭국·닭백숙을 끓일 때 백삼가루를 넣었다고 한다. 인삼은 수삼(水蔘)과 백삼(白蔘), 홍삼(紅蔘)으로 종류가 나뉘는데, 백삼은 4년 정도 재배한 수삼 껍질을 벗겨낸 후 햇볕에 말린 것이다. 삼계탕의 원래 이름은 ‘계삼탕(雞參湯)’이었다. 처음에는 주재료가 닭이고 부재료가 인삼이었다. 그러다 인삼의 장기보존화가 가능해지면서 닭보다 인삼 효능이 더 중시돼 ‘삼계탕’으로 이름이 바뀐다.

◆동지 먹던 ‘팥죽’도 열기 식혀

오늘날은 조금 생소하겠지만 동지(冬至)에 먹던 팥죽도 선조들이 먹던 복날 음식 중 하나였다. 1811년 조선 순조 시절, 무신 유상필이 대마도에 다녀오면서 작성한 ‘동사록’에 보면 “초복(初伏)에 일행 여러 사람에게 팥죽을 먹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팥은 열을 식혀주는 효능이 있는데 열과 땀이 많은 사람에게 좋고 팥죽의 붉은 색이 나쁜 기운을 막아줬다.

‘동의보감’에 보면 ‘팥은 약성이 평범하고 맛이 달고 독이 없다. 팥은 갈증과 설사를 그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수종과 (부종) 창만을(더부룩함) 다스린다’고 적혀 있다. 또한 당시 고기나 생선이 귀하다 보니 서민에게 팥죽은 여름철 좋은 보양식이다.

보양식 음식으로 ‘육개장’도 있다. 육개장은 소고기로 개장국 맛을 낸 음식이다. 실제로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는 개고기를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해 소고기로 대신해 육개장을 만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겨있다. 보통 육개장을 보양식보다는 일반 음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주재료인 쇠고기는 몸의 기운을 올려주고 소화기관도 편히 해주는 역할을 한다. 육개장에 들어가는 마늘과 파는 몸 기운을 따뜻하게 해주고 신진대사를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마늘은 해독과 살충에도 도움을 줘서 여름철 식중독 예방에 좋다.

해마다 찾아오는 복날.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욱 큰 듯하다. ‘음식으로 모든 병을 고친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그러니 아무 음식이나 먹지 말고 내 몸에 맞는 음식, 건강한 음식을 분별하는 것도 중요한 때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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