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맛 싱거워

유안진(1941 ~ )

사투리처럼 고불거리던 시골길들
표준어처럼 뻗어
걷기는 편한데 걷는 맛없어
시(詩)가 그렇다

 

[시평]

우리는 흔히 “그 사람 참으로 말을 맛있게 하네” 하며, 말하는 사람을 거론하는 경우가 있다. ‘말의 맛’ ‘말맛’, 언어를 맛깔스럽게 쓰는 것도 또한 남다른 재주이고, 능력이다. ‘시’라는 예술은 어느 의미에서 말맛을 살리는 묘미를 지닌 언어예술이다. 시를 읽고 말맛을 못 느낀다면, 어느 의미에서 그 시는 생명이 없는 시나 다름이 없다.

옛날 우리의 어린 시절 시골길은 정답다. 구불구불할뿐더러, 온갖 들풀들이 자라나고, 계절마다 들풀들이 크고 작은 각양각색의 꽃들을 피우는 길. 길섶에는 가끔 개구리나 뱀도 나와 우리를 놀라게 하던 길. 그러나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길마다 포장이 되고, 이차선이 사차선이 되고, 자동차가 씽씽 거리며 달려간다. 타박타박 걷던 시골길의 맛이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세상이 참으로 많이 변했다. 그러나 그 발달한 만큼 재미는 없어졌다. 시골도 없어지고, 시골 인심이라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이다. 사투리처럼 고불거리던 시골길들은 이제 표준어처럼 곧게 뻗어 나가고, 그래서 사는 것은 편해졌지만, 사는 맛이 사라진, 이것이 오늘 우리의 삶인지 모른다. 오밀조밀 아기자기한 사람살이를 읽을 수 있는, 그런 시가 문득 그리워진다.

마치 꼬불거리는 시골길이, 그 길 위를 걷는 타박거리는 걸음이 때때로 그리워지는 것과도 같이.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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