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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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행한지 2년이 지났다.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1일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3종에 대한 우리나라 수출 심사를 강화했다. 이에 대응해 우리 정부는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육성과 수입 다변화를 추진했다. 최근 우리 정부는 ‘소부장 경쟁력 강화 2년 성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가 소부장의 일본 의존도 축소 등 전화위복이 됐고 민·관의 신속 대응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면서 “3대 수출규제 품목 공급은 안정화에 접어들었다”고 자평했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나라를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로 소부장 전략을 수립·추진해왔다. 수출규제 3대 품목은 물론 일본 의존도가 높은 100대 품목을 선정해 재고 확충, 수입 다변화, 국내 공급 대체, 신·증설 투자, 외국인 투자 유치, 인수합병(M&A) 등으로 공급망을 강화했다. 소부장 정책펀드 조성도 지난 6월 기준 1조원을 돌파했다. 정부는 올해 6000억원 이상을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일본 대(對)한국 수출 규제 후 글로벌 소부장 기업들이 삼성, 하이닉스가 있는 한국에 연구개발(R&D) 기능을 두면서 한국이 ‘세계 R&D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램리서치는 초미세 반도체를 제조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식각 기술 R&D 센터를 국내에 구축한다. 미국 화학 소재 기업 듀폰은 천안에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PR) 생산 공장을 구축한다. 독일 머크도 평택에 한국첨단기술센터를 열었다.

아울러 EUV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듀폰, 도쿄오카(TOK) 등 세계적인 소부장 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국내의 한 업체는 파일롯 설비를 구축, 시제품을 테스트하며 국산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는 ‘불화폴리이미드’ 제조 기술과 생산 기반을 확보했다. 일부 수요 기업은 휴대폰에 국내 대체 소재인 울트라신글라스(UTG)를 탑재하기도 했다.

지난 2년 동안 이어진 민·관 공동의 노력으로 소부장 기술 자립의 기틀을 마련했다. 정부에 따르면 소부장 100대 핵심품목의 일본 의존도는 지난 2년 동안 31.4%에서 24.9%로 6.5% 감소했다. 정부와 산업계가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한 결과이다. EUV포토레지스트는 벨기에 등으로 공급처를 늘렸다. 일본 의존도를 50% 이하로 축소했다.

지난해 일본산 불화수소 수입액은 938만달러로 일본 수출규제 직전인 2018년 6686만 달러 대비 무려 86% 감소했다. 또 일본산 ‘불화수소’ 수입액이 2003년 738만 달러 이후 17년 만에 1000만 달러를 밑돌았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솔브레인이 고순도 불산액 생산량을 확대하고, (주)SK머티리얼즈가 고순도 불화수소가스 양산에 성공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본산을 대체하기 위해 중국, 대만, 미국 등의 비중을 늘렸다.

그러나 소부장기술 독립과 공급망 다변화에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은 멀다. 상당 부분 결실이 있었지만 소부장의 생태계와 기초 체력은 아직 허약한 실정이다. 예로 반도체 장비 수요는 중국과 대만, 일본, 북미를 제치고 세계 1위지만 반도체 장비 대부분은 외산이다.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가 시급하다. 또한 앞으로 우리는 지난 2년간 위기 극복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소부장 산업이 국내를 넘어 세계로 진출하는 토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들과 최적화된 R&D 과제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국내 소부장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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