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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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 직후 시위 군중을 표현한 ‘군상(群像)’ 시리즈로 잘 알려진 이응노(1904~1989) 화가가 있다.

그는 1965년, 6.25 전쟁 때 납북된 아들을 만나게 해 주겠다는 북한 공작원의 말에 속아서 동베를린에 갔던 것이 문제가 돼 구속된 적이 있었다. 거의 아무런 활동도 할 수 없는 곳이었지만 그곳에서조차도 그는 창작활동을 멈출 수 없었다. 휴지 위에 먹다 남은 간장이나 고추장 등을 모아서 그림을 그리는가 하면 밥풀을 모아서 짓이겨 조형물을 만들기도 했다. 거기 집중하는 동안 그는 어땠을까? 적어도 집중하는 동안만은 황홀함을 느낄 정도로 행복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창작활동에 집중하는 그 순간, 그곳은 그에게 감옥이 아니라 화실이었을 것이다.

주변에 술을 끊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자주 하는 충고가 술 마시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좋은 면이든 안 좋은 면이든 술에 집중하는 동안은 술을 끊을 수 없다. 더 좋은 뭔가가 있어야 한다. 죽어도 술 담배는 못 끊는다던 지인이 있었는데 디톡스 프로그램을 하면서 거기에 집중하더니 담배를 완전히 끊었다. 그 전에 여러 번 실패했던 경험 때문에 본인도 신기해했다.

잘 아는 작가 한 분도 술을 밥보다 좋아하는 듯, 지나칠 정도로 술을 좋아하지만 글을 쓸 때에는 술을 안 마셨다. 평소에 모습은 술을 안 마시고는 작품활동도 안 될 것 같아 보였는데 말이다.

가끔 속상한 일이 있을 때도 그 사건이나 사람에 매달려 있으면 해결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안 좋았던 일에 집중하면서 생각만 더 키우게 된다. 심지어 상대에게도 팩트에 상상력까지 더해서 공격을 하게 된다. 그 공격은 배가 되어 온다는 것을 그 당시는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할 때에도 불행하고 힘든 생각에서 벗어나서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하거나 그 사람이나 상황을 전혀 모를만한 사람을 만나서 즐거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부분의 속상한 일은 하찮게 느껴지거나 잊혀질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독서를 추천한다. 책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일은 다 잊혀진다. 특히 소설처럼 집중이 잘 되는 책이 좋다. 주인공에게 동화되다 보면 다른 공간, 다른 상황에 있게 되니까 웬만한 일은 무시해 버릴 수 있다.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역사에 관한 책이 좋다. 역사의 한 시점에서 볼 때, 오늘을 생각하는 것, 이 넓은 세상에서 이 곳, 나에게 일어나는 일, 또는 상대의 일은 정말 별건 아니라는 생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무엇에 집중한다는 것은 또 다른 시간,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집중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행복한 일이다.

쉽게 접근이 가능한 방법을 이야기했지만 집중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일은 자신만의 일이다. 남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평소에 어떤 일을 할 때 집중을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 행복한 세상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집중할 수 있다면 지금 있는 여기 이 자리가 바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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