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의 아파트 전세수요를 나타내는 지수가 15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매수요가 줄고 전세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4주 주간아파트가격동향조사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10.6로 전주인 110.4보다 0.2p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수급지수는 한국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전세매물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의 비중을 지수화 한 것이다.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많아지거나 수요가 적어지는 것을 의미하고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많아지거나 공급이 줄어듦을 의미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1.7.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1.7.2

시작은 서초 재건축 이주수요 
전세매물 2달전比 3.5% 줄어
“재개발 추진될수록 심화할 것”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오름세가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최근 강남의 재건축 이주 수요가 전세를 찾으면서 전세 수요가 인근으로 번지고 있고, 이에 따른 ‘전세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6일 한국부동산원의 ‘6월 4주 주간아파트가격동향조사 시계열’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평균 0.1%p의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해 7월 말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가 도입된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올해 초까지 0.10%대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2월 수도권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이 담긴 2.4대책이 발표되면서 2월 말에는 0.07%, 3월 0.03%, 4월 0.02%까지 줄기도 했다.

지난 5월 0.03%에서 시작한 전셋값 상승률은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된다고 발표된 시점부터 오르기 시작해 월말에는 0.06%로 올랐고, 6월에는 0.08%→0.11%→0.09%→0.10%를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전셋값 상승, ‘서초구’ 견인 중

최근 서울의 전셋값 상승은 서초구가 견인하고 있다. 서초구의 6월 전셋값 상승률은 1.65%로 같은 기간 서울 평균의 4배에 달했다. 서울지역 전체 2위인 동작구(0.67%)와도 2배 이상이며, 같은 동남권인 송파(0.63%), 강동(0.50%)과 비교해도 갑절 이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초구의 전셋값 급등을 두고 반포동 재건축 단지의 이주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반포 1·2·4주구 2210가구가 재건축 이주를 시작하면서 전세 물량이 줄고, 수요가 인근으로 옮겨가면서 전세 물량 부족 현상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초구의 아파트 전세매물은 전날 기준 2950건으로 2달 전보다 104건(3.5%) 줄었다. 이 중 반포 1~4주구가 있는 반포동은 같은 기간 918건에서 754건으로 17.9% 줄었고, 우면동과 잠원동의 전세 매물도 각각 17.6%, 5.8% 줄었다. 반포3 주구 1490가구도 재건축을 위해 이주할 예정이라 전세난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올해 서울의 노후 아파트값이 신축 아파트보다 2배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 매매값은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누적 기준 2.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준공 5년 이하인 신축이 1.2% 오른 것과 비교하면 정확히 2배 높은 수치다. 서울 5개 권역별로 보면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이 3.08%로 가장 많이 올랐고 동북권 2.35%, 서남권 2.07%, 서북권 1.63%, 도심권 1.21% 등의 순이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1.6.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1.6.9

◆“공급 제한적인 대도시의 한계”

부동산 평가업체 리얼하우스 김병기 팀장은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강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서초구를 비롯해 강남의 아파트 단지 중엔 30년을 넘긴 단지들이 많고, 한꺼번에 지어져서 재건축도 한꺼번에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재건축에 따른 이주 수요도 늘어날 것이고, 전세난도 심화할 거란 설명이다.

그는 “오세훈 시장이 재개발 규제를 풀어주면서 강북의 재개발이 꾸준히 진행되면, 이주 수요가 늘어 전세난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 같은 일은 급격하게 공급이 이뤄질 수 없는 대도시의 특징”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심해지는 것은 재건축 이주 수요 때문만은 아니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낮아지면서 동시에 전세수급지수가 올랐다는 부동산원의 통계가 발표되자, 전문가들은 잇따른 징벌적 과세로 불안정한 매매시장에서 매수자들이 전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고 평가했다.

수급지수가 낮아지는 것은 수요가 줄고 공급이 늘어나는 것을, 수급지수가 올라가는 것은 수요가 늘고 공급이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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