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린다는 것(노크)

신계옥

두드린다는 것은
다가가고 싶은 마음일 테지

빗줄기가 밤새 흙을 두드려
주저앉은 꽃씨 찾아
싹 틔우고 싶은 것처럼

두드린다는 것은
그를 향해 내미는 간절한 손길
환한 웃음 지어 주는 것

그리하여 기어이
너도 꽃
나도 꽃

 

[시평]

우리가 문을 두드린다는 것은 안에 있는 그 누군가에게 지금 내가 당신을 만나러 이렇듯 와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신호이다. 그런가 하면, 문을 두드리므로 나에게 닫혀 있는 그 문을 나를 향해 활짝 열어달라는 의미이며, 나아가 그 열린 문에서 우리 서로 얼굴 맞대고 환하게 웃으며 만나자는, 그런 뜻이다.

‘두드린다’는 것, 나 이외의 다른 존재를 만나는 길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먼저 손을 내민다거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그 마음, 그 마음이 바로 오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그러한 꽃을 피울 수 있는 그런 마음이다. 마치 빗줄기가 밤새 흙을 두드려, 주저앉은 꽃씨를 찾아내 싹을 틔우는 자연의 섭리와도 같이.

그리하여 두드린다는 것은 그를 향해 내미는 나의 간절한 손길이며,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활짝 열어주는 길이 아닐 수 없다. 그리하여 ‘너도 꽃, 나도 꽃’, 온 세상을 이 피어나는 꽃과 같이 환한 세상을 만들어내는 그런 소중한 몸짓이 아닐 수 없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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