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시애틀 티 모바일 공원에서 움직이는 구름 사이로 태양이 보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시애틀 티 모바일 공원에서 움직이는 구름 사이로 태양이 보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50도 육박’ 들끓는 미·캐나다

加 서부 “폭염 사망 3배 늘어”

탄소 배출 인한 온난화가 원인

“온실가스 매년 7.6% 줄어야”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응급의학과는 최악의 유행병 코로나19 기간에도 지금처럼 바쁜 적이 없었다. 의사들은 숨을 못 쉬고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땀에 흠뻑 젖은 채 도착한 환자들에게 물을 공급하기 위해 달려갔다. 어떤 사람들은 체온이 너무 높아 중추신경계가 마비된 채로 실려 왔다. 워싱턴주 시애틀 체리힐에서는 모든 병실이 가득 차 의사들이 복도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었다.

응급의학과 전공의 마리 탄스키는 “의료 시스템이 압도됐다”고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지난주 내내 42~46도에 육박하는 도시에서 몇몇 환자들은 살아남지 못했다. 오리건, 워싱턴주와 캐나다 서부에서는 이번 폭염 관련 사망자 800명을 조사 중이다. WP는 더 많은 사망자들이 태평양 북서부를 태운 폭염과 연관돼 있을 것으로 봤다.

오리건주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95명, 워싱턴은 30여명이라고 발표했다. 워싱턴 보건부는 지난 6월 25일부터 온열질환 의심환자로 1792명이 응급실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 중 21%는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719명이 일주일간 폭염으로 돌연사 했으며 이는 전례 없는 수치라고 전날 밝혔다. 일반적으로는 이 기간 230명 정도가 숨지는데, 기록적인 폭염으로 약 3배가 늘어난 것이다. 이 지역은 지난주 초 최고 기온인 49.6도를 기록했다.

관계자들은 특히 노인들 사이에서 더위가 사망자 급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리사 라포인테 검시관장은 “지난 일주일 동안 사망자 대부분은 통풍이 잘 안 되는 공간에서 홀로 살고 있는 노인들 사이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지난주 초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앨버타, 유콘, 노스웨스트준주에서도 고온 기록이 103번이나 경신됐다.

이번 더위는 이미 산불에 취약한 지방에게는 악영향을 끼쳤다. 2일(현지시간)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만 170여건의 산불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화재 원인의 대부분은 벼락이었다. 당국에 따르면 전날에만 벼락이 약 1만 2천회 떨어졌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작은 마을 리튼은 산불로 완전히 파괴됐다. 캐나다 기자 에마드 아가히는 독일 매체 DW에 “학교와 집이 불에 탔으며 구급차와 병원까지 타버렸다”고 말했다. 당국은 현재까지 2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아가히는 이 숫자가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이는 우리의 전통적인 산불 시즌의 시작일 뿐”이라며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끝나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예견된 기후 재앙들… 조치 취해야”

연구원들은 이번 폭염의 원인 가운데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온난화가 중추적인 역할을 했음을 사실상 확신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는 기후 위기가 얼마나 위험해졌고, 얼마나 더 악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징후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은 ‘열돔’이 북미 서부 지역을 에워싸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열돔은 대기권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뜨거운 공기를 돔 모양으로 가둬두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번 열돔은 최근 세계를 강타한 기후 재앙의 연속 중 하나일 뿐이다.

폭염은 미국과 캐나다의 산불로 이어졌고, 미국 플로리다와 카리브해 일부 지역은 올해 제1호 허리케인 ‘엘사’의 상륙에 대비하고 있다. ‘풍요의 땅’으로 불렸던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는 수십년 만에 최악의 가뭄과 황사 폭풍, 메뚜기 떼와 씨름하면서 거의 50만명의 사람들이 아사 위기에 처해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거주지 중 하나인 러시아 베르호얀스크의 지표면 온도는 47도까지 올랐다.

텍사스 공대 기후 과학자 캐서린 헤이호는 “이런 극단적인 기후가 다가온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며 “지금 겪는 고통은 우리가 경고를 충분히 듣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WP에 전했다.

산업화 시대 이후 지구의 온도는 대략 1도 올랐다. 이는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빈번하고 심각한 자연재해를 초래했다.

연구에 따르면 열대성 폭풍이 3등급 이상의 허리케인이 될 가능성이 10년마다 8%씩 증가해왔다. 산불로 탄 서부 면적은 2배로 늘었다. 이번 주 북서부를 강타한 폭염은 이전 최고 기온을 6도나 웃돌았다. 미국 서부의 93% 이상이 심각한 가뭄 상태에 있다.

최근의 기후 재앙과 앞으로 일어날 더 심각한 재해의 확실성은 과학자들을 짓누르고 있다.

2015년 파리 기후협정은 지구온난화를 2도 이하로 제한하는 목표를 정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들이 파리 협정에 명시된 목표를 이룰 정도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했다. 기존의 공약을 충족한다 해도 연구원들은 세계가 온난화를 2도 이하로 유지할 가능성은 겨우 5%에 그친다고 말한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의 기후 과학자 마이클 웨너는 “이렇게까지 될 필요가 없었다”며 “우리는 20년 동안 조치를 취하라고 할 만큼 충분히 알고 있었다. 우리가 틀렸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고 WP에 말했다.

유일한 위안은 여전히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아는 것이라고 헤이호는 전했다. 비록 이번 10년 안에 지구가 1.5도 더 더워질 수 있지만, 과학자들은 매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7.6%줄인다면 그 한계점을 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구촌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가능한 목표다.

헤이호는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며 “그리고 우리가 이러한 선택을 더 빨리 할수록 모두는 더 나아질 것이다.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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