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시간) 불타고 있는 캐나다 앨버타주의 세인트 장 바티스트 교회. BBC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부터 지난 1일까지 페인트로 훼손되거나 불탄 가톨릭교회가 10곳에 달한다. 지난 2주간 캐나다 전역 수많은 교회에서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최근 가톨릭 기숙학교 터에서 원주민 어린이들의 유해가 대거 발견되면서 교회에 대한 반감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출처: 기자 에즈라 레반트 트위터)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불타고 있는 캐나다 앨버타주의 세인트 장 바티스트 교회. BBC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부터 지난 1일까지 페인트로 훼손되거나 불탄 가톨릭교회가 10곳에 달한다. 지난 2주간 캐나다 전역 수많은 교회에서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최근 가톨릭 기숙학교 터에서 원주민 어린이들의 유해가 대거 발견되면서 교회에 대한 반감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출처: 기자 에즈라 레반트 트위터)

“인종차별 칙서 사과·거부해야”

12월 교황-캐나다 원주민 만나

인종학살 배상·방문 사과 논의

“나치 전범처럼 성직자 추적 必”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뉴욕 시러큐스 가톨릭 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원주민 정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수세기 동안 행해졌던 신학 교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거부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교회의 과거 만행을 고발하고 있는 캐나다 원주민들을 만나기로 한 가운데 가톨릭계가 고질적인 인종차별의 역사를 직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더글러스 J. 루시아 주교는 유럽 가톨릭 교인들이 원주민과 그들의 땅을 빼앗는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사용된 15세기 교황 칙서(Papal bull)를 논의하기 위해 교황청과의 만남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 종교 매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루시아 주교는 “처음부터 그것이 교황 칙서였기 때문에 이 칙령이 원주민에게 끼친 해악에 대한 교황 성하의 공개적 사과와 함께 ‘발견자 우선주의(The Doctrine of Discovery)’를 거부하는 일종의 성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견자 우선주의는 기독교인들이 거주하지 않는 땅을 식민지화하고 점령할 수 있는 정신적· 정치적·법적 정당성을 확립한 원칙으로 유럽 기독교 탐험가들이 새로 발견한 영토에 대한 소유권은 발견한 국가에 귀속된다는 논리다. 유럽 기독교 정부들은 이에 따라 식민지 개척자들이 여행하고 ‘발견’했다고 주장한 영토에 대한 소유권을 부여했다.

이 원칙의 기본 요소는 1100년대부터 교황 칙서에서 찾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교황 니콜라스 5세는 1455년에 포르투갈인들에게 아프리카와의 무역을 독점하게 하고 현지인들의 노예화를 허가했으며 교황 알렉산데르 6세는 1493년에 역시 칙서를 발령해 기독교 유럽 탐험가들의 모든 땅과 그들의 주장을 정당화했다. 이는 기독교의 지배와 우월성을 고취하며 아프리카, 아시아, 호주, 뉴질랜드, 미주에 적용됐다. 1823년 미국 대법원 판례인 존슨 대 맥킨토시 사건에서 이 원칙은 미국 연방법의 일부가 되면서 원주민들을 그들의 땅에서 추방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캐나다의 건국기념일인 1일(현지시간) 토론토 시내에서 ‘모든 아이는 소중하다’ 시위가 열린 가운데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거리에 나온 수천명의 시민들은 최근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아이들의 유해가 수백구 나온 데 대해 캐나다 연방 정부와 가톨릭교회의 인종학살을 규탄했다. (출처: 뉴시스)
캐나다의 건국기념일인 1일(현지시간) 토론토 시내에서 ‘모든 아이는 소중하다’ 시위가 열린 가운데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거리에 나온 수천명의 시민들은 최근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아이들의 유해가 수백구 나온 데 대해 캐나다 연방 정부와 가톨릭교회의 인종학살을 규탄했다. (출처: 뉴시스)

예수회 사제인 데이비드 맥칼럼은 “교회가 정말 회복적 정의를 추구한다면 사과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엄밀히 따지면 발견자 우선주의를 구성하는 여러 교황 칙령이 수세기 전에 대부분 폐지되거나 무효화 됐으나 이 (칙령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원주민들에게 끼친 ‘외상과 세대적 영향’을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루시아 주교는 발견자 우선주의가 캐나다 기숙학교 사건과도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몇 주 동안 캐나다 세 곳의 기숙학교에서 수백개의 이름 없는 원주민 아이들의 무덤이 발견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던 학교로 원주민 학대 과정에서 숨진 것이었다. 교황은 2017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직접 요구에도 교회 측의 사과는 꾸준히 거부하고 있다. 기숙학교를 운영했던 새 개신교 교파는 오래 전에 이에 대해 공개 사과를 하고 2005년 학생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했다. 그러나 가톨릭교회는 2500만 달러의 합의금 중 320만 달러도 안 되는 금액만 냈다.

캐나다 원주민 대표단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12월에 바티칸에서 만나기로 했다.

페리 벨레가르드 퍼스트네이션 대표는 원주민 대표단이 바티칸 회의에서 보상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그들의 초점은 교황이 캐나다에 와서 사과하도록 설득하는 데 있을 것이라고 이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원주민 단체인 로어 쿠테네이 밴드의 제이슨 루이 대표는 NYT에 “교황의 사과보다는 당시 학교 운영에 관련된 교인들에 대한 형사 고발에 관심이 있다”며 “우리는 사과를 넘어 책임을 말해야 한다. 나치의 전범들이 늙어서도 재판을 받을 수 있다면 나는 우리가 교회의 성직자들과 수녀들을 추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과 좀 하시죠” 【바티칸시티=AP/뉴시스】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017년 5월 바티칸시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고 있다. 트뤼도 총리는 교황과 만난 후 기자들에게
“사과 좀 하시죠” 【바티칸시티=AP/뉴시스】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017년 5월 바티칸시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고 있다. 트뤼도 총리는 교황과 만난 후 기자들에게 "캐나다 원주민 어린이들의 인권을 유린한 기숙학교 운영에서 가톨릭 교회가 한 역할에 대한 교황의 직접 사과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원주민 단체 측의 수년간의 노력으로 성사된 것으로 원주민 운동가들은 그간 발견자 우선주의에 대해서도 가톨릭교회의 반응을 얻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쇼니·델라웨어족 연구소 창립자인 스티븐 뉴콤브는 2016년 로마를 방문해 바티칸에 이 원칙에 대해 압력을 가한 대표단 중 한 명이다. 뉴콤브와 원주민 대표단은 실바노 마리아 토마시 대주교와 2시간 동안 이 주제에 대한 회의를 갖고 또한 프란치코 교황을 만나 그의 관련 저서를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뉴콤브는 이 같은 노력들이 가톨릭 지도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비난이나 책임 인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몇몇 주요 개신교 종파를 포함한 다른 교파는 이미 발견자 우선주의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연합 감리교, 유니테리언교도, 통일 그리스도 교회, 커뮤니티오브크라이스트, 미국 장로교, 미국 복음주의 루터 교회 등은 이 원칙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가톨릭 수녀를 대표하는 여성종교지도자회의도 2014년 교황에게 이 칙령의 철회를 요구했다. 

루시아 주교는 “때로는 우리가 계속 미루고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문제는 가톨릭교회의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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