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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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 관련 토론회가 광주시의회에서 열렸다. 이틀 전이다. 필자는 ‘재개발·재건축 문제와 안전사회’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이번 광주학동참사를 야기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죽음의 행렬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을 포함한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와 검찰, 거대 양당의 무사안일과 나태, 직무유기가 오늘의 참상을 빚었다는 말도 했다. 다단계 하청구조 혁파법 제정, 발주처와 공무원 처벌도 포함하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국민안전부 신설과 안전공무원 충원과 현장 배치를 주문했다. 다른 발제자는 이윤만을 쫓는 ‘죽음의 카르텔’이 원인이라고 진단하면서 이걸 깨지 않으면 참사는 반복된다고 경고했다.

정의당이 주최하고 다양한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토론에 참여했다. 어떤 사람은 학동 재개발조합의 비리 실태를 고발했고 어떤 사람은 건설안전특별법이 제정돼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재개발 비리 관련 수사가 제자리걸음이라고 분통을 터트리는 사람도 있었고 바꾸는 시늉만 한다면서 광주시청과 동구청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구의원이라고 소개한 어떤 사람은 생존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쫒아내는 ‘재개발’의 참상을 수없이 목격했다면서 왜 말도 안 되는 ‘재개발’을 계속하느냐, 누구를 위한 ‘재개발’이냐면서 분노했다. 광주시와 지자체 산하에 시민안전위원회를 구성해서 시민과 노동자가 참여해 안전문제를 함께 고민해달라는 제안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번 참사는 2년 전 잠원동 참사의 판박이다. 어떤 시사평론가는 도로로 넘어진 것도 같고 층수도 5층으로 같고 지하 1층이 있는 것도 같고 저층부터 철거한 것도 같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사후 처리방식이 똑같다는 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 몇 명만 구속했고 원청 또는 발주자는 치외법권을 누리고 있다. 사건 직후 원청인 현대산업개발을 압수수색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대표이사나 회장을 소환하거나 구속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잠원동 때 공무원도 처벌받지 않았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거대양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남 탓만 대며 팔짱 끼고 있는 것도 같다.

이번 사건을 두고 어떤 기자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했다. 맞다. 마른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왜 벼락이 떨어지게 됐을까?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큰 사고’나 참사가 나면 근본 원인을 찾지 않고 엉뚱한 탓을 대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우리 사회는 ‘주어 없이’ 말하는데 익숙하다. ‘안전불감증이 문제다’ ‘재개발 현장의 비리가 문제다’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병폐가 문제다’ ‘탐욕이 문제다’ 이런 말을 수없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런 방식의 어법을 구사하면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안전불감증’을 체포해서 처벌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참사가 날 때마다 누군가 희생양 찾기를 계속한다. 참사 규모에 따라, 얼마나 여론화됐느냐에 따라 검경이 구속하거나 연행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달라진다. 왜 누군가에게 분노를 쏟아 붓고 끝내버리는 행위를 반복하는 걸까?

참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대응 방식은 항상 똑같다. 정부와 정치권, 국회는 문제를 해결하는 체만 한다. 그러면서도 심판자 행세를 한다. 자신들이 잘못해서 오늘의 참사가 났다는 생각은 병아리눈물만큼도 안한다. 간혹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인사들이 있긴 하지만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는 정도의 몸짓이다. 그래도 자책감을 표현하는 사람의 진정성은 인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다 남 탓하는 분위기 속에서 큰 용기가 필요했을 거니까.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사람 중심으로 사회가 돌아가지 않고 이익과 이윤과 자본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과정이 아니라 결과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국사회가 문제다. 이익도 이윤도 자본도 결과도 모두 소중한 가치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합이 태산에 견준다할지라도 이로 인해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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