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내륙 국산마 경매 최고가  5020만원에 낙찰된 한센 자마 (제공: 한국마사회) ⓒ천지일보 2021.6.30
6월 내륙 국산마 경매 최고가 5020만원에 낙찰된 한센 자마 (제공: 한국마사회) ⓒ천지일보 2021.6.30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국내 경마시장이 마권 발행이 오프라인만 가능한 탓에 점점 경마후진국으로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 속에서도 온라인 마권 발행이 가능해 경마시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규제에 묶여 관련산업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서울과 부산경마장은 무관중으로 치러지고 있고 제주경마장만 부분 관중 입장을 하고 있다. 전국 30여곳의 장외발매소 중 4곳(광주, 대구, 창원, 천안)만 운영되고 있어 직접 경마장을 방문해야만 마권이 발행되다 보니 마권 발행으로 인한 수익발생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최근 5년 동안 연간 1000억~2000억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마사회는 이 같은 규제 탓에 지난해 4381억원이라는 적자를 봤다.

경기도 축소되니 수익은 발생하지 않고 마주, 조교사, 말 관리사, 기수 등에게 돌아가는 상금도 적으니 자칫 말산업이 붕괴 위험에 빠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마사회 이익금의 70%로 조성되는 축산발전기금도 작년 영업손실로 인해 올해는 한 푼도 적립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경주마를 키우는 농장들도 위기다.

경주마를 키우는 136개 농장이 모여 만든 단체인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는 매년 1100여 마리를 판매해 국산 경주마산업의 95% 규모를 책임지는데, 농장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현재와 같은 경마 운영이 장기화 될 경우 경주마 생산업권도 무너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달 22일 한국마사회 장수목장에서는 한국내륙말생산자협회에서 주관한 6월 내륙 국내산마 경매가 열렸다. 이번 경매에서는 총 63두가 상장돼,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낙찰률은 37%(23두)를 기록했으며 최고가 경매마는 5020만원, 낙찰총액은 6억 994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6월 경매보다 낙찰총액과 평균낙찰가가 소폭 늘었지만 최고가 경매가는 오히려 낮아졌다.

올해 국내산 경매 시장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코로나19의 여파로 침체된 분위기를 벗지 못하고 뚜렷한 반등세 또한 보이지 못하고 있다. 내륙 경매의 경우 지난 4월 경매 결과를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낙찰률은 20% 감소했으며 낙찰총액 또한 62%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3월과 5월에 경매가 있었던 제주 경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2019년 대비 10% 이상 줄어든 낙찰률은 도무지 회복이 어려운 상태에 놓여있다.

현재 경주마 관계자들과 생산 여건 환류를 위한 상생 경마가 시행 중에 있지만 고객들의 현장 베팅 외에는 다른 매출 수단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기 때문에 해결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마사회의 설명이다.

지난 21일 국회 앞에서는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동조합 김보현 서울지부장을 비롯한 한국마사회 전임직 노동조합 등 관계 단체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고, 생산자·조교사·마주 등 18개 소속 단체들로 구성된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축경위) 역시 온라인 발매 도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말산업과 종사자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전혀 상반된 분위기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온·오프라인 제한 없는 발매 환경으로 인해 경매 시장은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오히려 코로나19 이전 실적을 넘어 여러 기록을 갈아 치우며 남다른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OBS 4월 경매 87만 5천 달러(약 10억원)에 낙찰된 경주마 (제공: 한국마사회) ⓒ천지일보 2021.6.30
미국OBS 4월 경매 87만 5천 달러(약 10억원)에 낙찰된 경주마 (제공: 한국마사회) ⓒ천지일보 2021.6.30

바다 건너 미국에서 열리는 플로리다 주 오칼라 브리더스 경매(OBS)는 최근 몇 년간 대상경주 우승마를 배출해내며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각광받는 경매시장으로 올라섰다. 이번 6월 경매에서는 560마리의 2세마가 2449만 달러(한화 약 27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15년의 2361만 달러(한화 약 267억원) 매출을 갱신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162마리가 834만 달러(한화 약 94억원)에 낙찰되며 지난해 3분기 세션 대비 29%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다. 마지막 세션의 낙찰 평균가는 전년 동기 대비 45.7%나 증가했다. 중앙값만 비교해 봐도 독보적인 성장이다. 2020년 중앙값은 1만 5천 달러였는데 올해는 2만 5천 달러를 기록했다.

다른 경매들의 상황도 ‘맑음’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취소됐던 패시그-팁톤(Fasig-Tipton)사의 걸프스트림 경매(2세)가 올해는 3월에 개최됐는데 총 67마리의 말이 총액 2536만 달러에 팔렸으며 낙찰률 또한 63%를 기록했다. 2019년 대비 낙찰총액 등은 줄었지만 낙찰률은 오히려 상승하며 다가 올 여름 경매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패시그-팁톤은 오는 7월 12~13일, 전통적인 말 육성의 고장인 켄터키주 렉싱턴에서 7월 경매를 시행한다. 총 348마리가 대상이다. 이번 7월 경매에서는 첫 자마를 탄생시킨 ‘프레시맨 사이어 쇼케이스’를 11년 만에 재도입할 예정이다. 경주마 경매 시장이 첫 자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은 시점으로 돌아갔다는 판단과 함께 기존에 판매자들이 프레시맨 사이어 쇼케이스를 통해 첫 자마들을 탄생시킨 종마들로 큰 수익을 얻었다는 점에 기인했다.

‘나이키스트(2016)’ ‘올웨이즈 드리밍(2017)’ ‘어센틱(2020)’, 그리고 2018년 삼관마의 영예를 안은 ‘저스티파이(2018)’ 등 지금까지 23마리의 켄터키 더비 우승마를 배출한 미국 킨랜드 경매도 올해 1월과 4월에 열렸다. 지난 1월에는 총 963마리의 말들이 새 주인을 찾았으며 거래규모는 4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5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달성했다. 이외에도 킨랜드 경매는 온라인, 전화 비딩 시스템을 통한 디지털 경매를 소규모로 꾸준히 진행하며 말산업 선순환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도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세마 경매에서 249두 중 229두가 낙찰되며 낙찰률 92%라는 호성적으로 주목받은 셀렉트 경매(1세)는 2년 연속 총액 100억 엔(한화 약 1025억원)을 넘어서며 일본 경매의 유례없는 호황을 증명했다. 최고가인 5억 6100만 엔(한화 약 57억원)에 팔린 말은 일본의 유명한 씨수말이자 리딩사이어 1위인 ‘딥임팩트’의 자마로 1세마 사상 최고 가격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7월에는 어떤 성적을 기록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올해도 일본 경주마 경매에서는 ‘낙찰률 100%’라는 놀라운 결과가 연일 터지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치바 더러브렛 경매(2세)에서는 상장된 52두 모두가 낙찰됐으며 판매 총액은 15억 2856만 엔(한화 약 156억원)의 신기록을 기록했다. 이는 재작년 대비 약 33% 증가한 수치다. 2세마가 대상인 JRA 브리즈업 경매에서는 상장된 73두 전체가 낙찰됐다. JRA 브리즈업 경매 역사 상 3번째로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일본 경매 시장에 부는 뜨거운 훈풍을 증명했다.

코로나19에도 온라인 발매에 기반한 비대면 경마를 시행해 경마 중단이 거의 없었던 해외 경마 선진국과는 달리 위기에 빠진 국내산마 경매는 이제 내달 5일 제주로 자리를 옮겨 계속된다. 현재 145두가 상장 예정이다. 이번 경매는 사전에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브리즈업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무고객 경마 시작 모습 (제공: 한국마사회) ⓒ천지일보 2020.12.14
무고객 경마 시작 모습 (제공: 한국마사회) ⓒ천지일보 2020.12.14

업계에 따르면 130여개국이 경마대회를 열고 있는데 온라인 발급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지사장 출신의 마사회 관계자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국회에서 온라인 발급을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10년 넘게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 지금 현 추세가 언택트다. 국가에서 인정한 사행산업인데 세계적으로 다하고 있는 온라인발급을 해주지 않는다면 말산업까지 세계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지사장 출신의 관계자는 “말산업이 자칫 붕괴될 수가 있는데, 한 번 무너지면 다시 복귀시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전 세계적으로도 발을 맞춰가야 하고 교류도 하는데 뒤떨어진다면 국가적 위상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같은 사행산업 중에서도 로또나 스포츠토토는 온라인발급을 허용해주고 있는데 마권 발행은 안해준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현장에서 말을 키우는 목장주부터 이와 관련한 사업에 종사하는 전문직의 많은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 하루빨리 법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호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텅빈 주말 서울경마공원  풍경 (제공: 한국마사회) ⓒ천지일보 2020.5.6
코로나19 여파로 텅빈 주말 서울경마공원 풍경 (제공: 한국마사회) ⓒ천지일보 2020.5.6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