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순 “X파일·우왕좌왕·전언정치 불안 요인”
“첫 선보는 자리에서 결혼 날짜까지 어려워”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그의 데뷔전이 다소 불안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29일 오후 2시 천지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여의도 하이킥’ 46회 차에 패널로 출연해 윤 전 총장의 세 가지 불안한 요인을 지목했다.

황 평론가는 “첫째 ‘X파일’이다. 국민의힘 계통 정당에서는 X파일, 네거티브, 마타도어, 흑색선전에 대해 진절머리를 친다. 1990년대 이회창 전 총재 아들 병역 의혹이 있었다”며 “그러다보니깐 ‘파일’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기절초풍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우왕좌왕이라며 “윤 전 총장이 3월 4일 검찰총장직을 때려치우고 90일 동안 진중한 행보를 보였다. ‘호시우보(虎視牛步)’라고 표현한다”며 “호랑이 눈으로 좌우를 살피면서 소걸음처럼 조심조심 걸어왔다. 그만큼 메시지도 절제됐다. 그러다 ‘이준석 돌풍’이 몰아치면서 6.11전당대회에서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흐름 속에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대변으로 임명했다가 경질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서도 계속 우왕좌왕하니깐 국민이 그간 윤 전 총장에 대한 믿음직함보단 ‘아, 네가 아무리 태권도 8단, 유도 8단이라도 싸움판에는 안 되는구나’ 하고 (생각한다)”면서 “2012년 안철수 박사가 정치권에 진입할 때, 수영장에서 수영하면 태평양도 두렵지 않다고 얘기했다가 박살났다”고 했다.

황 평론가는 “세 번째 ‘전언정치’와도 관련된 얘기인데, 그간 나왔던 게 항상 윤 전 총장 측이다. 그런데 이름을 밝히라는 것”이라며 “예를 들면 윤 전 총장 친구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나 같은 충청도 선배인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항상 측이다. 그리고 그 측들이 측근이 되고, 그 측근이 비선이 된다. 우리 국민은 비선과 측근에 지쳐 있다. 이런 분위기 탓에 국민 입장에선 뭔가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마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1.6.2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마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1.6.29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장모 10원 한 장’ 발언 논란을 두고 “그런 표현을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에 황 평론가는 “윤 전 총장 대통령 만들기에 제일 앞장선 사람이 충청 대망론을 등에 업고 스스로 목수 역할을 하겠다고 한 (국민의힘) 정진석 5선 의원”이라며 “그러면서 ‘내가 윤 전 총장에게 들어봤더니, 윤 전 총장 장모 최모씨가 누구한테 10원 한 장 손해 준 적이 없다’고 전했고, 윤 전 총장이 얘기한 것처럼 기정사실화됐다. 그런데 역풍이 부니깐 정 의원이 뒤늦게 그게 아니었다고 사과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은 또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선 “정치 철학 면에서 국민의힘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며 입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황 평론가는 “여기서 덜렁 타면 주도권을 누가 쥐는가. 국민의힘에도 홍준표, 원희룡, 유승민, 윤희숙 등 맹장들이 있다”며 “결국 (국민의힘에) 가겠다는 의미다. 지금 옷을 처음 입고 선보는 자리에서 결혼 날짜까지 박아서 이야기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여의도 하이킥. ⓒ천지일보 2021.6.30
여의도 하이킥. ⓒ천지일보 2021.6.30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오늘은 윤석열의 것을 보여줘야 했다. 당신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인지, 당신은 무슨 생각을 갖고 정치를 할 것인지 보여줬어야 했다”면서 “국민의힘 입당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관전 포인트임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서기 전에 말씀드렸기 때문에 가름한다’는 건 듣는 국민 입장에선 불쾌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X파일’에 대해 “저의 국정수행 능력이나 저의 도덕성과 관련해 합당한 근거를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면, 국민이 궁금하지 않으시도록 상세하게 설명해드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박 평론가는 “길게 이야기는 안 했는데, 국민이 궁금하지 않도록 상세히 설명한다고 한 건 잘한 것 같다”면서 “앞으로 X파일에 대해선 차근차근 짚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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