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달 13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이건희미술관' 부산 유치와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 부산시) ⓒ천지일보 2021.6.28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달 13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이건희미술관' 부산 유치와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 부산시) ⓒ천지일보 2021.6.28

“문화균형 정부의지 ‘시험대’”

미술관 50%이상 수도권 편중

문화예술 불균형 우려 목소리

“문화기반 갖춰야 지역도 발전”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사업보국’이라는 삼성의 창업 이념 못지않게 이건희 회장이 평생 지켜온 것이 ‘문화보국’입니다. 오페라하우스가 조성되는 북항이야말로 이 유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이건희미술관의 적임지라고 생각합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8일 문화균형발전과 경제효과의 시너지를 볼 때 ‘이건희미술관’은 오페라하우스 조성지인 북항에 함께 건립돼야 한다고 이같이 밝혔다.

최근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 측은 미술품과 문화재 2만 3000여점을 국립현대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했다. 현재 전국 30여곳에 달하는 지자체가 이건희미술관 건립을 위한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내달 중 건립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건희미술관을 북항에 유치하겠다는 의사를 처음으로 밝히면서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북항에 이미 건립 중으로, 이곳에 이건희미술관이 나란히 들어선다면 세계적 문화관광 명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부산시가 총 사업비 2500억원을 들여 오는 2023년 2월 완공 예정인 북항 오페라하우스 조감도. (제공: 부산시) ⓒ천지일보 2021.6.28
부산시가 총 사업비 2500억원을 들여 오는 2023년 2월 완공 예정인 북항 오페라하우스 조감도. (제공: 부산시) ⓒ천지일보 2021.6.28

이어 이건희미술관 유치 기자간담회를 통해 관련 전문가들이 입지선정, 운영방식, 가이드라인 등을 수립하고 유치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문체부에 공모 형식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해운대구도 오는 2024년 완공 목표인 구청 신청사를 재송동으로 이전하고 중동의 현 청사를 내놓겠다고 발표하며 유치전에 가세하기도 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문화시설의 36% 이상, 그중 미술관의 경우 50% 이상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종로구관), 덕수궁관, 과천관, 청주관 등 전국에 4곳이 있으나, 이 모두가 수도권과 충청권에 자리하고 있어 문화예술 불균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박형준 시장은 “우리나라가 보유한 문화의 힘을 전 국토로 확장해 나라 전체가 품격 있는 문화국가로 격상돼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건희미술관은 수도권이 아닌 비수도권에 들어서야 한다”며 “이번 이건희미술관의 입지 결정 과정은 중앙 정부가 지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주도 이중섭미술관,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통영국제음악당 등이 있어 예술혼이 담긴 작품들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그 지역을 일부러 찾는 것”이라며 “품격 높은 문화시설기반이 있어야 지역이 살아나고 나라 곳곳에 활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이러한 성공사례로 ‘빌바오 효과’를 들었다. 한때 철강과 조선산업으로 경제와 금융의 중심지로 이름을 떨쳤던 빌바오는 1970~1980년대 해당 산업의 붕괴로 낙후된 공업도시로 전락했다. 악화일로를 걷던 빌바오 시는 1997년에 들어선 구겐하임 미술관 건립 후 매년 100만명의 관광객과 최초 6년간 1조 5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

 

부산시가 추진 중인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 조감도. (제공: 부산시) ⓒ천지일보 2021.6.28
부산시가 추진 중인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 조감도. (제공: 부산시) ⓒ천지일보 2021.6.28

이른바 ‘이건희컬렉션’은 국보급 고미술에서 현대미술, 동양화에서 서양화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장르별로 엄청난 폭과 깊이를 가진 작품들로 전해진다. 이러한 작품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아름답게 조화를 이뤄내고 그 위상을 확고히 할 장소가 미술관 입지선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부산시는 판단하고 있다.

박형준 시장은 “싱가포르의 센토사나 코펜하겐 항만 같은 곳을 벤치마킹해 친수문화관광이 잘 어우러진 공간 조성과 수준 높은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적극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구겐하임 등 세계적 미술관들처럼 이건희미술관도 조형미와 존재감을 갖춘 미술관으로 탄생해야 한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문화유산으로 성장시켜보겠다”고 덧붙였다.

부산시 문화예술과 담당자는 “지난달 8만여명의 관객을 모은 ‘아트부산’을 통해 350억원의 판매수익을 올렸고, 지난해 열린 부산비엔날레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며 “부산이 우리나라 유일의 국제관광도시이자 마이스산업의 중심지로 자리잡고 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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