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의 부모가 28일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1.6.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의 부모가 28일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1.6.28

“기소자 19명 중 구속기소 권유자 3명에 그쳐”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이 중사가 성폭력을 당한지 4개월째며, 군검찰단이 기소한 자들이 20여명에 이르는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구속기소 권유자는 3명에 그치고 있습니다.”

28일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의 유족이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국방부 합동수사단의 현재 수사상황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하면서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 중사의 군번줄을 목에 메고 나온 유족은 “수사심의위원회가 그저 국방부 합동수사단의 방패막이로 느껴진다”며 “앞서 수사본부는 이 사건 초등조사 부분과 관련해 아무런 형사적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다가 언론에 떠밀려 단 한명만을 입건한다고 밝혔다. 결국 스스로 수사에 대한 기준도 없고 의지도 없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방부 감사관실은 여러 밝혀진 의혹에도 불구하고 고발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입건 여부 조차도 ‘수사심의위에 의견을 구하겠다’고 이야기한다”면서 “감사기관실은 애초에 수사의지 뿐만 아니라 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역량조차 없는 기관이다. 수사를 핑계로 국회의 자료요청을 거부했던 감사관실이 수사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방해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족은 “부실수사의 정황이 여지없이 드러난 상황에서 국방부의 수사만 넋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며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만연해 있는 낡은 병영 문화의 악습을 촘촘히 점검해서 진상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족은 “딸인 이 중사가 불의에 고개 숙이고 눈감아 주면서, ‘그냥 관행이다’ ‘나 하나만 눈감으면 돼’, ‘그냥 엄마 아빠랑 같이 오순도순 살꺼야’ 그렇게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면서 “그래도 되는데, 왜? 살아 있는게 중요하니까”라고 울부짖으며 하소연했다. 이 중사의 어머니는 기자회견 중 쓰러져 휠체어에 실려 이송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8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부사관 고(故) 이모 중사의 분향소를 찾은 한 조문객이 헌화를 하고 있다.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 중사의 유족측은 전날 사건초기 변호를 맡았던 공군 법무실 소속 국선변호사를 고소했다. ⓒ천지일보 2021.6.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8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부사관 고(故) 이모 중사의 분향소를 찾은 한 조문객이 헌화를 하고 있다.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 중사의 유족측은 전날 사건초기 변호를 맡았던 공군 법무실 소속 국선변호사를 고소했다. ⓒ천지일보 2021.6.8

이 중사에 대한 성추행 피해와 2차 가해, 지휘보고체계 등을 밝히는 국방부 수사·감사와 관련해 지난 25일 기준 피의자는 총 19명이다.

수사와 감사가 진행되면서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 배경에는 공군의 조직적 은폐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26일 열린 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4차 회의를 통해 이 중사가 지난 3월 3일 제20전투비행단 직속상관인 노모 상사와 면담 직후 자신의 심경을 남긴 휴대전화 메모를 공개했다.

당시 메모에는 ‘조직이 날 버렸다, 내가 왜 가해자인지 모르겠다. 더는 살 이유가 없다. 먼저 떠나게 돼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사의 유족들은 제20비행단의 전직 상관들이 성추행 피해를 문제 삼으면 “함께 회식에 간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살면서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말로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같은 언급이 이 중사의 생전 메모와 문자 메시지로 직접 확인된 셈이다.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최초 수사를 했던 20비행단 군사경찰대대 수사계장은 지난 3월 5일 피해자 조사만 진행한 상황에서 같은 달 8일 가해자 장모 중사에 대한 ‘불구속 의견’이 포함된 인지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본부는 이 수사계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 입건하기로 했다.

조사본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초동수사를 한 20비행단 군사경찰에 관해 부실수사를 확인했지만 지난 24일까지 입건은 한 명도 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유족은 지난 25일 피의자 신분인 제15특수임무비행단의 대대장·중대장과 함께 운영통제실장, 레이더정비반장을 직권남용가혹행위로 고소했다. 유족 측 김정환 변호사는 이들이 “회의 시간에 이 중사의 피해 사실을 공공연히 언급했고, 처음부터 이 중사를 원래 부대로 다시 보내기 위해 공모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의 부모가 28일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6.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의 부모가 28일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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