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휴대폰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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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손지아 기자] 최근 통신 3사의 담합행위 정황이 공론화되면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사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도입된 이후 실효성을 의심받지 않은 적이 없다. 단통법의 입법 취지는 단말기 유통 과정에서 소비자가 차별받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소비자 차별은 여전하고 오히려 통신사 간 경쟁을 줄여 소비자로부터 싸게 단말기를 살 수 있는 혜택을 없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달 26일 현행 15%인 공시지원금 한도를 30%로 인상하는 ‘단말기 유통법 및 지원금 공시기준 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공시지원금을 확대하고 공시 주기를 개선해 이용자의 단말기 구입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역시도 실효성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통신사가 한정된 마케팅 비용으로 추가지원금을 보존하기 위해 기본적인 공시지원금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통신사 관계자도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 유통망 중심으로 가격경쟁력 우위가 확대되고 이로 인해 이용자 차별이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현행 추가 지원금인 15%도 지급이 어려운 중소유통망의 문제도 심각해진다.

단통법을 이대로 두면 안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여전히 ‘성지’라 불리며 불법보조금이 지급되는 유통망이 존재하고, 단통법 위반이 적발돼 통신사들이 과태료를 물더라도 이 액수가 불법보조금을 풀어서 얻는 수익보다 작기 때문이다. 이용자 차별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졌다는데 제 기능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단통법은 통신사에 법적인 제재를 제대로 가하지 못하면서도 단말기 구입 부담 완화,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또 단통법은 암묵적으로 통신사의 담합을 유도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지난 15일 KMDA는 통신 3사의 장려금·개통수량 담합 행위를 규탄했다. 이로 인한 유통망의 피해가 크니 정부가 나서 달라는 것이 골자다. 개통수량이 한정돼 있으면 잘 팔리는 곳은 문제가 없지만 판매가 부진한 유통망은 개통하러 온 고객마저 돌려보내야 하니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방통위가 정한 장려금 가이드라인과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개통수량을 제한하는 것은 단통법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단통법 도입으로 만들어진 비정상적인 유통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단통법 도입 이후부터 통신사 간 경쟁이 줄어들고 시간이 흘러 이 같은 시장 구조가 고착화한 결과다.

통신 시장은 과점 시장이고, 과점 시장에서 통신사의 묵시적 담합이 만연해진 것은 단순히 통신사를 탓할 문제는 아니다. 이로 인해 생긴 부작용은 단통법이 지원금의 담합을 유도해 시장의 긴장감을 줄였기 때문이고, 유통망이 다양해져 기존 유통망의 입지가 자연스럽게 좁아진 탓이다. 현재는 단통법의 도입 시기보다 시장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고 단말기를 수급할 수 있는 방법도 많아졌다. 단통법의 법적 수명이 다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단순히 지원금 확대, 공시주기 개선 등의 방법으로는 소비자 차별도, 유통망의 피해도 없애기는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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