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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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의 ‘2050 탄소중립 산림 부문 추진 전략(안)’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깜짝 놀란 시민들이 ‘정부가 멀쩡한 숲을 파괴하고 있다’고 반발하자 산림청 관계자들은 ‘벌목은 결코 재앙이 아니다’ ‘30억 그루 나무 심기로 민둥산 될 일은 없다’며 반격에 나섰고 심지어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을 위한 산림뉴딜’이라 주장하고 나섰다.

그들 반론의 요지는 한마디로 벌목은 문제될 게 없다는 논리이다. 벌목은 숲가꾸기의 일환으로 꼭 필요한 것이며 벌목을 통해 숲 과밀화를 해소하고 탄소효율뿐 아니라 건강한 숲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벌목 대상으로 지정한 ‘30년 이상 나무’의 탄소흡수율 하락을 주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벌목으로 모든 산이 민둥산이 될 일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산림청의 ‘탄소중립 추진방안’에서 발표된 수확량은 1년에 3만ha 규모로, 이는 우리나라 전체 산림면적의 0.4%에 해당할 뿐이며 30년에 걸쳐 총 산림면적의 14%의 나무를 새로 심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산림청이 벌목하겠다고 밝힌 90만ha 면적은 서울시 전체 면적의 15배이고 경기도 면적 100만ha와 비슷하다. 앞으로 2년마다 서울시 면적만큼의 숲이 날아가고, 30년간 경기도 면적만큼의 숲이 파괴된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 면적이 별 것 아닌지는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한쪽에서는 탄소중립이라는 명분 하에 산림청이 숲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며 맹비난하고 있는데 산림청은 여전히 벌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린나무의 숲이 탄소흡수량 더 많다’는 ‘벌목꾼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이번에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대목은 산림청이 30살 이상 된 나무를 베고 새로 어린나무를 심는다는 계획이다. 애초 산림청은 어린나무의 탄소흡수량이 30살 이상 나무보다 많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연이은 반박에 산림청도 나무의 탄소흡수량은 30살 미만이 아니라, 종류에 따라 최장 70살 나무에서 정점에 이른다는 점을 인정했다. 잣나무와 낙엽송은 45살, 강원소나무는 45~50살, 상수리나무와 신갈나무는 70살에 정점에 이른다는 것이다. 더욱이 나무의 탄소흡수량은 완만하게 커졌다가 완만하게 작아지므로 정점을 지났다고 바로 베어낼 이유도 없다는 게 또 학계의 견해이다.

그러나 산림청은 나무 한 그루의 탄소흡수량은 나이 든 나무가 많지만, 숲 단위의 탄소흡수량은 어린나무가 더 많다고 새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즉 ha당 단위 면적으로 접근하면 어린나무 숲에 나무의 수가 더 많고 탄소 흡수량도 더 높다는 논리이다. 그래서 벌목 반대론자들이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고 재반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또한 자의적인 계산법이라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50살 강원소나무 숲은 큰키나무(교목)인 강원소나무만 있는 게 아니라 그보다 작은 중간키나무(아교목)와 작은키나무(관목), 풀과 함께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식물들의 탄소흡수량이 교목보다 더 크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자연숲에선 표층 흙의 탄소흡수량도 엄청나게 크다. 200년 동안 자연 상태로 둔 숲과 50년마다 모두 베고 심기를 반복한 숲의 탄소흡수량을 비교한 결과 자연숲의 탄소흡수량이 인공숲보다 최소 22배 더 크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오래된 나무의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이 어린 나무보다 떨어진다는 주장이나 나무보다 숲 전체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산림청의 주장 역시 근거가 빈약함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주의를 환기해야할 점은 탄소저감은 나무가 주는 혜택 중 극히 일부라는 사실이다. 산림은 다양한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대규모 벌목이 이뤄지면 더 큰 재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수령이 오래된 큰 나무는 산림생태계를 구성하는 아주 작은 생물체에서 아주 큰 생물체에 이르는 모든 먹이사슬을 부양하는 ‘소생태계’이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탄소은행’이다. 산림청 스스로도 크고 오래된 나무 한 그루는 수많은 야생동물에게 엄청난 먹이와 다양한 서식공간을 제공하고 있어, 그것의 소실은 그와 연관된 생물종의 동반 멸종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불과 3년 전엔 나무의 가치를 증명하는 연구를 홍보까지 해놓고, 이제 와서 가치가 없으니 베자고 나선 것 자체가 모순인 것이다.

최근 금강송으로 유명한 울진, 봉화의 금강송 군락지의 지름 70~80cm의 소나무가 그루터기만 남긴 채 송두리째 잘려나갔다고 한다. 숲가꾸기라는 미명 아래 금강송마저 싹쓸이한 산림청의 ‘2050 탄소중립 방안’은 전면 백지화돼야 한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싹쓸이 벌목은 산림뉴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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