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6일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중국 기업 시노백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쌓여 있다. 100만회분 이상의 백신이 담긴 이 컨테이너는 인도네시아에 공급됐다. (출처: 뉴시스)
작년 12월 6일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중국 기업 시노백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쌓여 있다. 100만회분 이상의 백신이 담긴 이 컨테이너는 인도네시아에 공급됐다. (출처: 뉴시스)

中백신 의존 칠레·몽골·바레인

접종률 50%↑, 확진자 폭증

각국서 中백신 접종자들 감염

中 “확산세-백신 연관성 없어”

러시아, 7개월간 접종자 10%

불신 커… 근로자 접종 의무화

[천지일보=이솜 기자] 몽골의 광부 오트곤자르갈 바타르(31)는 시노팜 코로나19 백신을 두 차례 접종한 지 한 달 만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 입원해 9일 동안 치료를 받은 그는 이제 이 백신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람들은 우리가 백신을 맞는다면 여름에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몽골 정부는 국민에게 ‘코로나 없는 여름’을, 바레인은 ‘일상 회복’을 약속했다.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세이셸 공화국은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계획을 세웠다. 모두 중국산 백신을 믿고 이 같은 목표를 세웠던 세 나라는 현재 감염의 급증과 싸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백신 외교를 대유행에서 벗어나 보다 영향력이 큰 세계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로 봤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중국산 백신을 ‘글로벌 공공재’라고 부르며 세계에 백신 공급을 약속했고, 실제 수억회분이 전 세계 90여개국에 출하돼 먼저 몽골과 바레인, 칠레, 세이셸 등에 공급됐다.

현재 이들 나라들의 접종률은 세계 정상급이지만 모두 코로나19 재유행을 경험하거나 확진자가 좀처럼 줄지 않아 중국산 백신 효과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접종률 톱4, 확진자 급증

몽골, 바레인, 칠레, 세이셸에서는 인구의 50~68%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쳐 미국의 접종률을 앞질렀다.

그러나 이들 4개국은 지난주 신규 확진자 수가 최악인 10대 국가에 들었다. NYT는 이들 국가가 모두 중국 회사인 시노팜과 시노백이 개발한 백신을 접종해온 데 주목했다.

미국에서는 인구의 약 45%가 백신을 완전히 접종했으며 대부분 화이자·바이오앤테크, 모더나가 개발한 선량을 맞았다. 6개월 동안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94% 감소했다.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이스라엘은 접종률이 세이셸 다음으로 높다. 이스라엘에서 100만명당 신규 확진자 수는 현재 약 5.95명이다. 반면 시노팜 백신에 의존했던 세이셸은 이 숫자가 100만명당 716명 이상이다.

몽골은 수백만회분의 시노팜 백신을 공급 받아 빠르게 접종을 시작했고 규제를 완화했다. 몽골에서는 현재 인구의 52%가 시노팜 백신을 완전히 접종했는데 지난 20일 신규 확진자 수는 2400명으로 기록됐다. 이는 한 달 전보다 무려 4배 증가한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의료협회에 따르면 최근 시노백 백신을 완전히 접종한 의료 종사자들 가운데 350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전국적으로 2월~6월 7일 사이 의사 61명이 사망했는데 이들 중 10명은 중국산 백신을 접종했다고 협회는 밝혔다.

3상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재빨리 시노팜 백신을 승인한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에서도 백신 접종자들의 확진 보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의 발병과 백신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외교부는 최근 특정 국가의 백신 접종률이 발병을 예방하기에 충분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한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를 인용해 중국산 백신의 효과에 대한 의문을 반박했다.

또 “관련 보고서와 자료들은 중국제 백신을 사용하는 많은 나라들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전염병 예방 노력에 좋은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며 중국도 자국 백신이 전염보다는 중증 질환 예방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中 백신 효과 좋다면 이런 일 없어”

전염을 완전히 예방하는 백신은 없고, 접종 후에도 병은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중국 백신의 효능은 상대적으로 뒤쳐진다고 NYT는 꼬집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90% 이상의 효과가 있으며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의 얀센 등의 백신은 약 70%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

베이징생물제품연구소와 함께 개발된 시노팜 백신은 78.1%, 시노백 백신은 51%의 효과가 있다고 발표됐으나 중국 업체들은 임상 자료를 충분히 발표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1일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샤오이밍 학자는 집단면역력에 도달하기 위해 전체 인구의 80~85%가 백신을 완전히 접종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이전의 추정치인 70%를 수정한 것이다. 칠레의 한 연구는 시노백 백신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보다 덜 효과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진동얀 홍콩대 바이러스학 교수는 “백신이 충분히 좋다면, 이런 패턴이 나타날 리 없다”면서 “중국은 이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선 자국민들이 백신 불신

세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를 비롯한 러시아 백신도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확진자가 늘어난 데 이어 무엇보다 자국 국민이 러시아 백신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8천명대였던 신규 확진자는 6월 들어 1만 7천명대로 훌쩍 늘었다. 과학자들은 신규 확진자 수가 곧 2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작년 12월부터 현재까지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친 인구는 10%에 그친다. 이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3월 스푸트니크V 백신을 접종한 후에 늘어난 수다. 정부 백신 연구원들이 스푸트니크V 백신이 90% 이상 효과적이라고 발표하고 유명 의학 잡지 랜싯에 이 같은 연구 결과가 실렸음에도 러시아 주민들은 접종에 머뭇거리는 양상이다.

심지어 러시아 의사들도 러시아산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달 스프라보치닉 브라차 연구에 따르면 러시아 의사들 중 3분의 1(36%)이 러시 백신 효과에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그들 중 절반은 백신 효능에 대한 더 많은 증거를 기다리고 싶다고 답했다.

이달 들어 일주일 만에 감염자 수가 40% 이상 급증하자 당국은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하기보다는 작년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이 자연적으로 면역력이 저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백신 접종 속도가 느려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러시아에서 7차례 치러질 유로 2020 축구 대회를 앞두고 크렘린궁은 이제 그들에게 친숙한 해결책인 압력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안톤 코야코프 노동부 장관은 이날 “지방 당국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기로 결정하면 고용주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근로자들을 정직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수도 모스크바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라고 지시하면서 이들 중 65%는 8월 15일까지 접종을 마쳐야 한다고 밝혔다. 모스크바는 또한 10만명 이상의 택시 운전사를 포함해 시 공무원들 중 과반수에게 백신을 완전히 접종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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