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회담을 마친 뒤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8.8.13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회담을 마친 뒤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8.8.13

미 국무부 “여전히 외교 열려 있어”

전문가 “하노이 때부터 시작하자는 뜻”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협상 테이블 복귀를 촉구하는 미국을 향해 이틀 연속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나선 모습인데, 대북정책 원칙론을 유지하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보다 구체적인 보장안을 내놔야 움직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리선권 “무의미한 접촉 안 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이어 리선권 외무상도 전날(2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있어야 한다”고 한 발언을 미 백악관이 ‘대화 신호’로 인식하자 북한 대외정책을 담당하는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앞서 그제 김여정 부부장도 ‘꿈보다 해몽’ ‘잘못된 기대’라는 표현을 써가며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는 담화를 냈다.

미 국무부는 리 외무상의 담화가 나온 이후 “미국은 여전히 외교에 열려 있다”며 “대화 제의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여전히 외교의 문을 열어뒀다는 걸 거듭 강조한 것이다.

김여정 부부장이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에 선을 그었을 때도 미 정부는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2월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무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2월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무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대화 가능성 일축한 북한 속내는

북한이 겉으로는 대화를 거부했지만, 미국과 메시지를 주고받기 시작한 만큼, 양국 관계가 당장 얼어붙을 가능성은 적다.

이전과 달리 거센 비난이 담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이 공을 다시 미국에 넘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 않는 등 북미 양측이 서로 ‘밀당’ 중이라는 설명이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24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북미가 서로 먼저 대화에 적극성을 띄길 기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국과 시간을 낭비하는 대화는 할 생각이 없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지난 하노이회담 때 논의됐던 사항을 바탕으로 만나면 본격적인 협상을 하자는 뜻”이라며 “하노이회담 때 어느 정도 마련된 접점부터 새로 시작하자는 메시지를 미국이 던진다면, 북한은 협상에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당장은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지만, 이렇다 할 입장을 보이지 않았던 미국에 메시지를 내놓기 시작한 만큼 양국 관계 개선으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CG) (출처: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CG)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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