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턴=AP/뉴시스]무더운 날씨를 보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남부 해안 브라이턴의 브라이턴 비치에 사람들이 모여 해변을 즐기고 있다.
[브라이턴=AP/뉴시스]무더운 날씨를 보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남부 해안 브라이턴의 브라이턴 비치에 사람들이 모여 해변을 즐기고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델타 변이에 대한 세계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가 지배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인도에서 발생한 델타 변이는 영국에서 이미 지배종으로 확산한 데 이어 미국에서도 올해 말 코로나19 재유행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CNN방송이 전했다.

이전에 B.1.617.2로 알려졌던 델타는 작년 말 영국에서 처음 확인된 알파 변이를 거의 대체하고 있다. 80여개국에서 델타가 보고됐으며 현재 인도와 영국의 신규 확진 중 90% 이상을 차지하며 가장 흔한 변이가 됐다.

영국뿐 아니라 덴마크, 포르투칼, 독일 등 유럽 국가들에서도 이미 델타 확진자 수가 많아지거나 델타가 올해 안에 지배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영국과 스코트랜드의 예비 연구에 따르면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람들이 알파 확진자보다 병원에 입원할 가능성이 약 2배 더 높다.

피터 호테즈 베일러의과대학 국립열대의학대학원 원장은 이날 CNN에 “이것(델타)은 우리가 본 모든 변이들 중 가장 전염성이 높은 것”이라며 “우리는 영국 전역에서 일어난 일을 봤다. 미국에도 같은 일이 일어날까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델타가 앞으로 수개월 내 지배적 변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로나19 검사를 통해 변이의 활동·추이를 추적하는 게놈 연구업체 헬릭스의 부사장 윌리엄 리는 델타가 지배종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몇 달이 아닌 몇 주가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5일까지 2주 동안 델타가 미국 확진자의 10%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호테즈 원장과 리 부사장,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 변이가 신규 확진자의 5분의 1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델타 변이의 감염자 비중이 20%까지 올라갔다면서 2주마다 대략 2배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델타 변이가 “미국의 코로나19 퇴치에 있어 가장 큰 위협”이라면서도 “백신을 맞으면 모든 것을 피할 수 있다”고 예방 가능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델타 같은 변이가 어떻게 올해 말 코로나19을 재유행시킬 수 있는 지 예측하고 있다.

존스홉킨스공중보건대학의 전염병학자인 저스틴 레슬러는 “우리는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변이가 유행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레슬러 박사의 예측 모델에 따르면 미국인 75%가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기존 변이보다 전염성이 60% 더 강한 델타 변이로 인해 가을과 겨울 동안 다양한 곳에서 매주 3천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 이는 미국의 1월 둘째주 코로나19 사망자 수인 2만 4천명보다는 훨씬 적지만 지난주 발생한 사망자보다 약 1천명이 더 많은 수준이다. 다만 이 모델에 따르면 미국인의 86%가 백신을 접종하면 11월 말까지 코로나19 사망자 1만명 이상을 막을 수 있다.

CDC에 따르면 현재 12세 이상의 미국인 중 62.5%가 최소 1회분의 백신을 접종했으며 이 추세라면 9월에는 75%, 11월에는 86%의 접종률을 기록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주 동안 백신 접종 속도는 느려졌다. 델타는 백신 접종률이 낮은 카운티를 중심으로 바르게 퍼지는 양상이다. 레슬러 박사는 “코로나19 재유행은 전국적으로 균일하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백신 접종률이 낮은 주들이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공중보건국은 영국에서 사용되는 코로나19 백신이 델타와 알파 변이에 대해 90%의 효과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델타 변이가 빠르게 퍼지고 있지만 영국과 같은 상황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백신 접종자 수가 이미 많아 델타 확진자 비율이 늘어날 순 있어도 총 확진자 수를 늘릴지는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리 부사장은 미국에서는 알파 변이로 인한 코로나19 감염자가 4월까지 70%를 차지했으나 신규 확진자는 영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며 “정확히 왜 그런지 알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4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알파 변이가 차지하는 비율은 70%에서 42%로 감소했다.

리 부사장은 이에 대해 바이러스 확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과 백신, 브라질에서 발견된 감마 변이가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델타와 감마 모두 신규 확진자 중 유사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델타의 확산 속도는 몇 배나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부분 국가들이 백신 접종률 5% 미만인 아프리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수도 킨샤사에서 발생한 델타 변이 환자가 병원을 가득 메운 것으로 보고됐으며 말라위, 우간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델타 변이가 발견됐다. 동아프리카와 같이 인도와 밀접한 경제적 연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에서 델타에 의한 발병 건수가 급증할 위험이 가장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리 부사장은 “결국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여전히 최선이며 현 시점에서 우리가 가진 유일한 도구”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