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 로고. ⓒ천지일보 2019.10.18
이동통신 3사 로고. ⓒ천지일보 2019.10.18

통신사 담합, 관행처럼 이뤄져

“단통법, 법적 수명 다했다”

“감시 가능한 구조 만들어야”

통신사 “담합행위, 사실무근”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최근 불거진 이동통신사 3사 간 담합행위 의혹과 관련해 단말기유통개선법(단통법)의 법적 수명이 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신 3사 간 ‘묵시적 담합’이 가능한 현재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법이라는 주장이다. 단통법을 한 번에 폐지하기가 어렵다면 분리공시제 등을 통해 담합이나 불법 행위를 쉽게 적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대안이 나온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통신 3사가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담합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도 이 정보를 토대로 단통법을 연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신 3사, 개통 건수 제한 담합”

그런데 담합행위가 일어난 정황은 이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서울에서 한 판매점을 운영하는 A씨는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통신 3사가 경쟁을 하지 않으면서도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개통 건수를 정해놓았다’는 정황을 진술했다.

A씨는 “원래는 통신사들이 소수의 대리점만 (개통을) 통제하고 있었는데 2~3달 전부터는 이 수준이 커져서 서울의 70%, 서울 외에도 많은 대리점에 특정 통신사로의 이동이나 기기 변경을 특정 시간대에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달 이 대리점에 새 휴대전화를 개통하러 갔을 때 오후 8시부터 8시 30분까지만 개통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는 “서로 합의된 게 있다는 거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 누군가는 (개통을) 2000건을 하고 다른 데가 1000건을 했다고 가정하면 (적게 개통한 통신사는) 1000건의 고객을 빼앗기게 되는데 이는 통신사들이 원하는 게 아니다. 지금의 파이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개통 건수를 담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신 3사가 담합을 통해 개통할 수 있는 시간과 지역을 제한하는 비정상적인 유통망을 만들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혹은 일부 유통망에서 개통이 잘 되면 개통이 잘되지 않은 대리점까지도 판매가 제한되는 게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가 원하는 때에 개통하기 어렵다는 점도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담합 구조 바꾸긴 어려워… 감시를 잘해야”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통신 3사가 ‘명시적 담합’이 아닌 ‘묵시적 담합’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만나서 뭔가를 합의하지 않았더라도 실질적으로 담합의 효과가 나오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단말기 유통시장 구조가 묵시적 담합을 허용하고 유발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KAIT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이는 사후 관찰이기 때문에 대리점들이 치고 빠지는 방법(보조금을 확 늘리는 행위)을 취할 수밖에 없다”며 “이마저도 통신사들이 대놓고 하는 게 아니라 대리점·판매점 쪽에서 하고 적발 시 관리·감독의 책임만 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통법이 현재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며 담합이나 불법행위를 잘 감시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단통법의 법적인 수명이 다됐다고 본다. 많은 분이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저 역시도 그렇다. 단통법은 이용자들의 차별을 없앤다는 장점이 있으나 현재 시장 상황에는 맞지 않다. 유통 경로가 다양해졌고 직접 개통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용자가 부담하는 것은 크게 단말 도매비, 서비스 이용료로 나뉘는데 단통법은 저렴하게 단말기를 구매할 기회 자체를 없앤다. 단통법이 갖고 있는 효과 자체가 단말기 출고 가격의 담합이기도 하고 특히 분리공시가 안 돼 있는 경우 단말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부분이 있다”고 부연했다.

또 “담합이 이뤄지는 구조가 일거에 해소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 구조를 없애진 못하더라도 명시적 담합이든, 묵시적 담합이든 감시가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게 대안”이라고 말했다. 담합 구조가 깨지기도 어렵고 과점 시장에서는 담합이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그는 단통법을 하루아침에 폐지하지는 못하더라도 분리공시제 도입 등 정책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리점에서 ‘제조사 장려금’을 기반으로 이용자 차별을 하기 때문에 이를 감시하기 위해서는 분리공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통신사는 담합행위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담합은 만나서 서로 관련된 논의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업자가 시장 상황에 맞게 마케팅 등을 하는 거지 이를 담합해서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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