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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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은퇴 후 원룸으로 불리는 다가구 주택을 짓고 있다. 시공사를 선택해 도급공사 계약을 맺고 지난달 건물 신축을 시작했다. 계약은 4월에 했다. 문제는 건축자재비 상승으로 도급공사 맺은 시공사와 마찰이 생겼다. 보통 계약대로 진행되는 것이 마땅하다. 10여장이 다되는 계약서에 비이성적 자재 값 상승은 건축주가 부담하는 단서 조항이 있다. 자세히 안 봤지만 폭등 정도의 건축자재비는 생각도 안 했다.

원룸을 임대해 고정수익을 확보하려는 희망적 계획이 흐려지고 시공사와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시공사도 자재비중 철근 값이 100% 이상 올라 감당하기 쉽지 않은 지경이 됐다는 것이다. 들어보니 톤당 10만원에서 11만원이면 매입 가능했던 철근 값이 20만원, 22만원 이상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건축을 할 때 우리가 알고 있는 철근이 골조의 근간이 되고 있다. 철없이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산업전반에 철이 빠져서는 안 되는 필수자재임을 알고도 있다. 아주 가까운 지인을 통해 생활현장을 듣게 되니, 그 심각성이 민생에도 이렇게 미치고 있구나 라고 새삼 놀란다.

건물은 물론 자동차를 만들어도 철을 원료로 하는 철판이 들어간다. 철은 철광석을 가공해 만든다. 철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최대 생산국이 또 중국이다. 중국은 철광석을 호주, 브라질, 아프리카에서 수입해 철로 가공해 충당하고 수출까지 하는 나라다. 자국에도 광산이 있어 철광석을 가지고 철을 만든다. 실상은 절대량이 부족하다. 철광석의 20% 정도 자국에서 해결하지만 80%는 수입을 해야만 수요를 충당하고 수출도 할 수 있었다.

중국산업 전반에 철을 사용하지 않으면 중국을 셧다운 시킬 수도 있는 것이 철광석이다. 이 모든 철광석을 호주에서 거의 전량 수입해 쓰고 있다. 그런데 호주와의 관계가 날로 최악이 되고 있다. 호주가 중국의 반대편에 서서 미국과 대중 압박에 선봉을 자처하고 있다. 쿼드에도 가입하고 있고,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코로나19 우한 기원설도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화가 난 중국은 한국에게 사드때 보복을 하듯 호주산 소고기, 랍스터, 석탄 심지어 철광석 일부까지 수입하지 않으면서 호주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관광객도 보내지 않고 농산물 수입도 막고 위협 차원을 넘어 호주 경제의 목줄을 죄어 항복을 받으려고 했다. 항상 규모를 내세워 갑질했던 방식이다. 만만치 않은 호주는 경제에 타격이 있어도 중국의 아킬레스건 철광석 수출을 막기 시작했다. 한국과 비슷하게 대중 수출 비중이 전체에서 32% 차지하지만 오히려 상황이 역전됐다.

한국 건축현장에서 보듯 세계의 철근 값은 폭등하고, 중국도 진퇴양난에 빠져들고 있다. 호주 철광석 핵 펀치로 중국은 호주와 불가피하게 대화모드로 전환해야만 했다. 한국도 중국을 때릴 핵 펀치가 있는가? 사드 때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현재로서는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반도체를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로 만드는 탑 중의 탑이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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