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성 CJ ENM 대표이사는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 CJ ENM) ⓒ천지일보 2021.5.31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가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 CJ ENM) ⓒ천지일보 2021.5.31

CJ ENM 콘텐츠 사용료 인상

디즈니+ 유치전서 촉발된 듯

CJ ENM “콘텐츠 제값 받기”

“미국 기준으로 선진화돼야”

IPTV “현실성 없어” 비판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CJ ENM과 IPTV의 콘텐츠 사용료 분쟁의 본질이 사실은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사업자를 향한 ‘통신사의 차별대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 ENM과 IPTV 3사는 프로그램 수신료와 관련해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양측은 여전히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으며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CJ ENM은 ‘콘텐츠 제값 받기’를 명목으로 IPTV에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해 타 콘텐츠 산업처럼 공정한 값을 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IPTV는 CJ ENM의 요구대로 조정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에게서 그만큼 더 받아야 하는데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협상 초기부터 팽팽하게 맞섰고 협상의 진전이 없자 CJ ENM은 콘텐츠 공급 중단까지 불사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IPTV 측은 공개적으로 CJ ENM을 비판하고 자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에만 콘텐츠를 공급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 갈등의 본질은 다른 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콘텐츠 제값 받기’라는 기준은 어디서 왔을까. CJ ENM은 ‘미국’의 사례를 들어 제작사가 더욱 선진화된, 높은 수준의 콘텐츠 수익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창작자의 몫이 100% 이상을 넘고 선계약 후공급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CJ ENM이 갑자기 이러는 데에는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과거보다 콘텐츠 몸값이 뛰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뿐 만은 아니다. 콘텐츠 사용료 인상을 협상 테이블에 들고나오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통신사와 해외 OTT 사업자의 제휴 과정에서 이뤄진 차별대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통신사들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를 위해 파격적 수익 배분, 가입자 수 보장, 망 사용료 면제 등 여러 혜택을 경쟁적으로 제공해 왔다. 국내 사업자인 CJ ENM의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와, KT는 넷플릭스와 제휴했고 SK텔레콤은 HBO 맥스, 아마존프라임 등과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PTV 등 통신 3사의 매출을 보면 화려하긴 하다. 이용자들한테 인터넷·통신비 등 묶어서 캐시카우를 확보해서 돈을 엄청 벌어들이고 있는데 정당한 값을 못 준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사업자와의 제휴에는 가입자 확보를 위해 통신사들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다. 그런데 정작 넷플릭스의 성장은 국내 콘텐츠가 크게 기여했다. 화제가 된 오리지널이 ‘킹덤’ ‘스위트홈’ ‘승리호’인데 나머지는 다 방송사에서 제작한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J ENM 입장에서는 황당한 거긴 하다. 그동안은 납품을 했던 건데 이젠 콘텐츠를 직접 팔고 싶은 거다. IPTV의 영향력은 시장에서 규모가 절대적이다. IPTV가 깔려 있지 않은 집이 얼마 없다. 결국 넷플릭스 효과다. 통신사에서 몸값을 엄청나게 키워준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핵심은 콘텐츠 사용료가 아니라 통신사들의 차별대우다. 디즈니플러스 유치전에서 촉발된 것 같다. 온갖 걸 다 퍼주고 이러다 보니까 엄청난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미디어 시장에서 가지는 CJ ENM의 영향력이 있는데, 차별대우가 있고 거기서 손해 보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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