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지역 붕괴사고 현장. ⓒ천지일보 2021.6.16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지역 붕괴사고 현장. ⓒ천지일보 2021.6.16

지난 13일 미국 출국 확인돼
공사 수주과정 개입 의혹 수사
조폭 출신 논란 회장에서 해임
5.18재단·광산시민연대 ‘분노’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최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을 위한 철거과정에서 일어난 붕괴사건의 배후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前) 5.18구속부상자회 문흥식 회장이 연루, 해외로 도피한 사실이 밝혀져 지역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광주 건물 붕괴 사고는 지난 9일 발생해 17명의 사상자 중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전 5.18구속부상자회 문흥식 회장은 광주 동구 4구역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공사 수주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광주경찰청 전담 수사본부에 따르면 문 전 회장은 지난 13일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 전 회장은 올해 5.18특별법이 통과가 되고 5.18 3개 단체가 공법단체로 전환해나가는 과정에서 조폭 출신 논란이 불거져 지난 12일 5.18단체회장에서 해임됐다.

이에 대해 16일 광주 5.18기념재단 정동년 이사장은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사죄했다. 재단 측은 5.18단체들로부터 좋지 않은 소식이 들릴 때마다 인내와 포용으로 지켜봐 주고 감싸준 시민에 깊이 사죄한다고 반성한다는 자정의 목소리를 전했다.

정동년 이사장은 특히 “5.18 유공자라는 명예는 무한한 도덕적 면책 특권이 아니다. 어떤 행위를 저질러도 용서받는 면죄부가 아니다”라며 “지난 40여년간 아무리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더라도 그것이 부도덕과 탈법, 부정과 부조리를 정당화시키는 사면장일 수는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단체의 이름으로 스스로 자정 운동을 벌이겠다”며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자는 임원에 선임되지 못하도록 임원 자격을 강화하고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범죄를 저지르고서도 5.18 유공자 단체 임원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또 “시민의 눈과 기준으로 5.18단체가 바로 서도록, 시민의 도덕적 기준에 맞지 않는 부분은 과감하게 잘라낼 것”이라며 “5.18 유공자의 품격에 걸맞은 도덕성과 사회성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도 “차제에 내부의 엄격한 규율과정을 통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5.18 유공자단체로 다시 서겠다”며 “채찍질을 달게 받겠다”고 거듭 사죄했다.

시민연대에서도 안타까운 사건에 5.18 단체회장이 연루됐다는 소식에 분개했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지난 9일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지역 붕괴사고 현장.  이 사고로 17명의 사상자 중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천지일보 2021.6.16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지난 9일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지역 붕괴사고 현장. 이 사고로 17명의 사상자 중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천지일보 2021.6.16

광산시민연대 임한필 수석대표는 “민주화의 상징, 광주는 스스로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을 통해 지난 9일 학동 건물 붕괴사건에 문흥식 회장이 연루됐다는 의혹과 함께 13일에는 문 회장이 해외로 도피한 것에 대해 분노했다.

이들은 “민주화의 도시 ‘광주’라는 상징적인 이름을 지난 2월에 이어 또다시 먹칠했을 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 왜 이러한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갖게 한다”고 지적하고 수사기관과 지역사회가 해결해나갈 것을 촉구했다.

임한필 수석대표는 “지난 2월 문 회장의 조폭 출신 논란이 있을 때에도 지역사회는 침묵했다. 그런데 해외 도피 관련해서도 강하게 비판하고 성찰하는 목소리가 없다”며 “5.18정신을 훼손하는 일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물 붕괴사건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정치권, 관료, 조폭과의 연루 문제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최근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개발에 대해 “지역 환경의 특성을 고려한 도시재생이 아닌 1970년대 1980년대 개발독재 시대의 풍을 벗어나지 못하고 광주를 ‘아파트 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도 일침을 가했다.

더불어 임 수석대표는 “이번 기회에 불법적으로 재개발조합이 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법적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정관계가 뒤를 봐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재개발조합과 조폭 그리고 건설사와의 커넥션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다시는 철거과정에서의 건물 붕괴나 원주민에 대한 이주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공사가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제2의 학동건물붕괴사고나 제2의 용산 철거민살인진압사건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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