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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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인 국민의 힘에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났다. 헌정사상 첫 30대 제1야당 대표가 탄생된 것인데, 전당대회 투표에 참가한 70%의 책임당원 당심(黨心)보다는 30% 반영에 불과한 일반 국민여론조사마저 국민의힘이 변화를 선택한 것이다. 최종 득표율 합산에서는 이준석 후보가 이겼지만 국민의힘 당원들은 2위로 낙선된 나경원 후보를 1위로 지지했으니 당심 다르고, 민심이 다른 의외의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어찌됐거나 대한민국의 정당 사상 최초로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36세 제1야당 리더가 탄생했으니 변화라면 큰 변화임엔 틀림이 없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는 지난 11일 당선 수락연설에서 “우리의 지상과제는 대선에 승리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저는 다양한 대선주자들이 공존할 수 있는 당을 만들 것”이라 하면서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해서는 변화하고 자강(自强)해서 우리가 더욱더 매력적인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 말대로 그의 대표 임기 중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 임무인 이 대표로서는 달리 이야기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여론조사에서 야권의 대선주자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당부한 말이 있다. “윤석열이라는 사람도 (국민의힘) 당에 합류하면 생각이 닫히지 않은 상태로 들어왔으면 한다”는 것이다. 윤 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등 탄핵에 관련된 내용들이 있으니, 그에 대한 입장이나 공무원으로서 수행한 여러 수사에 대한 입장에 갇히지 않고도 당에 들어올 수 있다면 당의 지형이 넓어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바, 이는 당내에서 비록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윤석열 전 총장의 입당에 반대하는 분위기를 차단하는 속셈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여당의 이재명 지사 등에 비해 경쟁력 있는 인사들이 보이지 않는다. 여론조사에서 거의가 5% 미만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윤 전 총장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바, 윤 총장으로서도 제1야당 대표가 선출됐고, 곧이어 경선열차가 출발하도록 돼 있으니 입장을 명백히 해야 한다. 여론에서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 또는 제3지대 후보로서 대선출마에 대해 찬반이 반반 정도로 갈리고 있다. 그런 실정에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해가면서 대처할 수 있겠지만 현직에서 퇴직하고, 또 국민들이 대선주자로서 인식한 지가 벌써 여러 달이 흘렀으니 이제는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선에서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지 확실히 해야한다.

지금도 윤석열을 지지하는 정당과 전문가모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제3지대 정당격인 ‘다함께자유당’이 결성돼 윤 전 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가운데,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이라는 전문가 모임이 발족돼 강연 등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는 중이다. 이에 지금까지 3개월 여 잠행을 이어가면서 가끔씩 언론에 멘트를 보냈던 윤 전 총장이 언론의 중요성과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자신의 입장을 정리․발표하는 대변인을 선정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언론사 논설위원 출신 대변인이 기자와의 다리 역할을 잘 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국민의 마음에서는 이미 차기 대선 주자로 각인된 윤 총장의 이러한 변화들은 결단이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지난 9일 서울의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한 윤 전 총장은 언론의 뭇시선을 받았다. 야권 대선 선두주자 자리를 꿰찬 자신에게 쏟아지는 국민과 언론의 시선은 폭발적이었다. 기자들이 국민의힘 입당 시기를 묻자, “제가 걸어가는 길을 보면 차차 아시게 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지만 정치적 행보를 결단하라는 민심은 알고도 남았으리라.

윤 전 총장이 다른 여야 대선주자와는 달리 정치 선언을 하지 않고 있으니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비난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 중이다. 여당 대선주자들이 “윤석열은 대선 후보로 나와선 안 된다”는 주장이고, 심지어 송영길 민주당 대표마저 윤 전 총장 깎아내리기에 혈안이다. 그런 기류가 국민의힘이라고 해서 달라질 수 없다. 윤석열이 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장본인이라며 아직도 입에 게거품 무는 보수층이 있으니 이준석 대표가 그 점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정당했다”며 선수를 치고 방패막이한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내년 3월 9일 치러질 대선일이 9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정치인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경제난에 코로나 시국까지 겹쳐 오랫동안 국민들이 닫힌 시간들이 지속되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 ‘무언가 달라져야 한다’는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그 변화의 조짐이 바로 30대 제1야당 당 대표의 출현이다. 이로써 우리 정당사도 개혁 바람이 거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바람 속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기왕 대선주자로서의 결심을 굳혔다면 국민 속으로 빠져 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이것저것 간보지 않고 국민과 함께하는 동참이고, 우리 국가․사회에서 공정과 정의를 지키는 일인바, 그래서 윤 전 총장은 이젠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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