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차별금지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29
정의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차별금지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DB

차별금지법 제정 국민동의청원 10만명 돌파

소관위 심사 거쳐 채택되면 본회의 상정도

“머뭇거리지 말아야” 조계종, 조속 입법 호소

교계 연합단체 “더 강력한 반대 운동 펼칠 것”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관련기사☞‘차별금지법 제정 동의’ 10만명 채워… 법사위 회부)

2007년 첫 발의된 후 단 한반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연내 제정 가능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종교계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연대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차별금지법 국민동의청원이 10만명을 돌파한 것에 대해 불교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관건은 보수 개신교의 반발을 어떻게 누그러뜨리냐다. 보수 개신교는 차별금지법 입법 움직임이 일 때마다 연합단체를 구성해 정치권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14년간 저지에 나서왔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이달 중으로 차별금지법과 골자가 같은 ‘평등법’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차별금지법에 대한 보수 개신교의 반발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조기 달성된 차별금지법 제정 10만 청원은 법 제정에 대한 국민 열망을 보여준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머뭇거리지 말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준엄한 요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유독 차별금지법은 월등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가 머뭇거리나 외면 해왔다”며 “아집과 독선의 주장에만 귀를 열어놓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루는 정부와 국회의 행태는 불공정의 대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국회는 이번 국민동의 청원의 정신을 받아 즉각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기를 바란다”며 “2021년에는 차별금지법이 있는 세상에 국민이 살아가도록 법을 만들어줄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국민동의청원이 10만명을 돌파하면서 법안 논의는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국민동의청원은 1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동의하면 소관위원회 심사를 거쳐 공식 청원으로 채택되는데 이렇게 되면 정부나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처럼 소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될 수 있다.

이번 청원은 지난해 6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과 함께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 따라 소관 상임위원회는 회부된 날로부터 최대 150일 안에 국민동의청원의 심사를 마쳐야 한다. 이 기간 안에 법안 심사를 마치면 빠르면 올 연말 국회 본회의에 차별금지법이 부의될 수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 및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활동가 등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미래통합당사를 출발해 더불어민주당사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2차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 및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활동가 등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미래통합당사를 출발해 더불어민주당사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2차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3

차별금지법은 인종, 종교, 출신민족, 사상, 학력, 병력, 출신지역, 성별정체성 등 우리 사회에서 문제 되는 수많은 차별에 대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실제적 구제 수단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이 제기됐다. 장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차별금지 유형으로 이러한 항목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과거 참여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돼 지난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로 제정 논의가 시작됐지만 보수 개신교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14년 동안 6번 발의됐다 폐기됐다를 반복하며 답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첫 차별금지법안은 17대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폐기 됐고, 18~19대 국회에서도 회기 만료나 자진철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아예 법안 발의조차 하지 못했다.

보수 개신교 단체들은 성적지향, 종교에 대한 차별금지 항목을 문제 삼는다. 차별금지법안이 건강한 가정 파괴를 조장하고 남녀의 성에 대한 정의를 파괴하며 이로 인해 건강한 결혼과 가정, 부부 등의 본질과 가치가 변질돼 패륜적인 사회를 초래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또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이단 비판 등 종교 및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민국 애국순찰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에서 열린 ‘제헌절 헌법수호 결의대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등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민국 애국순찰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에서 열린 ‘제헌절 헌법수호 결의대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등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7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보수 개신교의 반대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어 향후 심사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수 개신교 연합단체인 한국성시화운동협의회는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등법, 차별금지법 발의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한국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일으키는 차별금지법 입법 추진을 공식화했는데 악법을 서슴없이 발의하겠다는 행태에 말할 수 없는 참담함과 분노를 느낀다”며 “이 의원은 평등법 및 차별금지법 발의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더 강력한 반대 및 철회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평등법 발의를 준비중인 이상민 의원은 그간 차별금지법 제정이 이뤄지지 못했던 것에 대해 TBS와 인터뷰에서 “특정 종교의 반대와 압박이 완강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종교가) 입장을 발표하는 건 할 수 있지만 의원들을 압박해서 법안 발의를 원천 봉쇄하거나 철회케 하는 행위는 매우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행동”이라며 “국회의원들도 절대 여기(종교계)에 굴복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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