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더=AP/뉴시스] 지난 3월 22일(현지시간) 총격사건이 발생한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의 식료품점 '킹 수퍼스'에서 이용객들이 긴급 대피하고 있다. 이날 볼더 식료품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경찰관을 포함해 여러 명이 사망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볼더=AP/뉴시스] 지난 3월 22일(현지시간) 총격사건이 발생한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의 식료품점 '킹 수퍼스'에서 이용객들이 긴급 대피하고 있다. 이날 볼더 식료품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경찰관을 포함해 여러 명이 사망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코로나·대규모 시위·대선 겹친

美 혼란의 시기 총기 구매 급증

지난 주말 총격에 120명 사망

“여름엔 더 늘 것” 경고음도

정부 5조원치 대책, 국회 계류

[천지일보=이솜 기자] 지난 주말, 미국에서 총격 사건으로 120명 이상이 사망했다. 미국의 총격 사건은 전례 없는 속도로 벌어지고 있다. 올해도 장례식, 일터, 예배당, 슈퍼마켓 등에서 총격이 발생해 목숨을 앗아갔다.

6월 중순이지만 올해는 이미 미국의 총기 폭력에 있어 가장 끔찍한 해가 됐다.

◆작년 총기 범죄 최악… 올해 더 나빠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비영리 연구단체인 ‘총기 폭력 아카이브(GVA)’의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미국에서 총격으로 총 8100명, 즉 하루 평균 약 5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지난 6년간 같은 기간 동안의 하루 평균 사망자 수보다 14명이 더 많은 것이다.

작년은 수십년 만에 가장 치명적인 총기 폭력의 해였으나 올해는 작년보다 더 나쁜 상황이라고 WP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고착된 불평등, 총기 소유의 급증, 경찰과 그들의 활동 지역 사회 사이의 관계, 인종차별 등 오래된 문제들과 코로나19 대유행 등 새로운 문제들까지 더해져 총격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작년에는 특히 여름 동안 총기 난사 사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온난화, 학교 방학, 바이러스 관련 규제의 완화 등의 영향인데 올 여름에는 총격 사건이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GVA의 설립자인 마크 브라이언트는 “솔직히 말해 여름이 무서워 죽겠다”며 “올해는 총격 사건에서 기록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총격 사건은 작년 4월 코로나19로 전국 대부분 지역이 봉쇄되고 2천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늘기 시작했다. 총격뿐만이 아니다. 몇몇 도시에서 살인은 2019년과 비교했을 때 30%가 증가했다. 작년 7월 총격 사망자는 하루 58명으로 최고조에 달했고 올해 초까지 그 수준을 유지했다.

이 수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 올해 5월까지 수도 워싱턴DC에서는 79명이 사망해 전년 대비 23% 늘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카고, 오하이오 콜럼버스까지 각 도시에서도 총격 사건이 증가했다. 도시뿐 아니라 교외와 농촌 지역에서도 총격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아동 관련 총기 사건도 45% 늘어

연구원들은 전례 없는 총기 판매 급증 등 여러 요인들에 주목하고 있다. WP의 연방정부 총기 신원조회 자료 분석에 따르면 대유행, 인종차별 항의 시위, 선거가 벌어진 작년 미국 시민들은 2300만정 이상의 총을 구입했는데 이는 2019년 대비 66% 증가한 수다.

올해 1월과 2월에도 사람들은 전년보다 많은 총을 구입했다. 1월 한 달 동안에만 총기 250만정이 판매됐는데 이는 작년 6월과 7월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총기 사용 가능성(판매량)과 총격의 상대적 위험이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범죄율이 떨어졌던 지난 수십년 동안에도 수백만정의 총이 팔렸다며 작년처럼 특수한 시기의 자료로는 이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반박도 나온다.

GVA가 사고 유형으로 분류한 치명적 총기 난사 건수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40% 이상 늘었다. 특히 어린이와 관련된 총격 사건은 45%가 증가했는데 허술한 총기 보관으로 아이들이 사용한 경우도 있지만 연구원들은 총을 이용한 가정 폭력이나 총기 관련 자살도 늘고 있고 있다는 징후를 주목했다.

존스홉킨스대학 총기폭력 예방정책센터의 커샌드라 크리파지 부소장은 “코로나 대유행과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따른 불안으로 총을 산 사람들은 지금 그 총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지난 1년여 동안 총격 사건이 급증할 수 있는 ‘퍼펙트 스톰’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공중보건 위기로 취급해야”

총기 폭력을 법과 질서의 문제뿐만 아니라 공중보건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크리파지 부소장은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오피오이드 유행’ 사태와 비교했다. 오피오이드는 아편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합성 진통·마취제인데, 미국에서 오피오이드가 포함된 처방 진통제 오남용으로 약 45만명이 숨져 지난 2017년에는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크리파지 부소장은 그러면서 헤로인이 수십년 동안 흑인 사회에 대혼란을 일으켰지만 조용한 데 비해 오피오이드가 백인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자마자 공중보건 위기를 선포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총기 폭력이 지금껏 유색 인종 사회를 황폐화 시켰으나 최근 총격 사건들이 백인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정말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 당국은 총기 난사를 공공 의료로 접근하는 방식을 더 취하는 양상이다. 바이든 정부는 총기 폭력 방지 프로그램에 8년간 5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는 상원 공화당과의 협상에서 교착 상태에 놓여있다.

워싱턴DC에서는 최근 공공안전증진 관련 단체나 인사에게 보조금을 분배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캘리포니아는 3년간 2억 달러가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폭력 개입 및 방지에 대한 주정부 투자안을 지난달 발표했다.

어드밴스 피스의 티보독스는 이 같은 정책이 시작이라고 WP에 전했다. 그는 “당신은 이 유행병(총격 폭력)이 사라지기를 기대하면서 그저 기도만 하거나 동전만 던져서는 안 된다”며 “그보다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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