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방문없는 허가절차가 문제”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최근 광주의 한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탁상행정이 문제’라며 규제를 늘릴 게 아니라 공사 허가권자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안전 사항을 점검하는 관행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고, 한솔기업이 철거를 맡은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지구에서 지난 9일 오후 4시 철거업체가 5층 높이의 빌라를 철거하던 중 빌라가 도로 쪽으로 무너졌다. 무너진 빌라는 버스정류장을 덮쳤고, 정차해있던 54번 시내버스를 덮쳤다. 콘크리트 덩어리와 철근 잔해가 덮치면서 3.3m의 버스는 찌그러졌고,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일부 건설안전 전문가들은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관행적 허가 절차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부길 한국안전보건기술원 대표는 “철거 시에는 관련 서류들에 대한 승인을 거치는데 교안대로 작성했을 때는 문제가 없으므로 허가가 난다”며 “다만 이 경우 현장의 상황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검토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철거 현장에서 작업 시 건물에서 비산물 등이 발생할 것을 고려해 버스정류장을 이동하는 조치 등은 현장을 방문했다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계획서 검토 시 현장을 직접 방문하도록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철거 현장과 버스정류장의 거리는 불과 3~4m였다.
강 대표는 “현행 건설안전법은 이미 잘 만들어져 있다”며 “해체계획서 검토 시 현장 방문 의무 등만 수정하고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또 철거 방법에 대해서도 “5층 규모의 건물이라면 구조안정성 확보를 위해 각층별로 잭서포트(지지대)를 설치하고 최상층에 굴삭기를 올린 뒤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해체하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즉 사고 현장처럼 흙벽을 높이 쌓게 되면 흙벽과 장비의 무게가 건물에 영향을 미쳐 무너질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다른 현장에서도 이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사고원인 조사 시 허가관청과 발주자, 시공자의 의무이행 여부에 관해 확인하고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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