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성접대와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성접대와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9

뇌물 수수 및 성접대 혐의

1심 무죄→ 2심 일부 유죄

징역 2년 6개월, 벌금 선고

法 “증인, 면담 후 진술 번복”

“증인 진술 신빙성 따져봐야”

보석도 인용, 8개월만 출소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억대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심 재판을 다시 받는다. 대법원은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증인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징역 2년 6개월 및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007년 1월부터 2008년까지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1억 3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특히 검찰은 2006년 여름~2007년 12월 사이 김 전 차관이 강원도 원주 별장 등지에서 받은 13차례 성접대 등은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수수라고 범죄사실에 담았다.

김 전 차관은 2003년 8월부터 2011년 5월까지 후원 관계였던 다른 사업가 최모씨에게 4300만원가량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1심은 김 전 차관의 대부분 혐의에 대해 면소 혹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성접대 등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고, 이외 혐의에 대해서도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윤중천씨와 관련된 뇌물수수 등 혐의는 모두 무죄 또는 면소판결했다. 저축은행 회장 김씨로부터 56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무죄, 9500만원을 받은 혐의도 공소시효 10년이 넘어 면소판결한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1심과 달리 사업가 최씨로부터 4300만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점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 6개월 및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4300여만원의 추징을 명했다.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10여년간 단일 의사로 뇌물을 제공했기 때문에 공소시효는 최종 뇌물 범행이 종료된 2011년부터 10년이 지나야 완성된다고 판단했다. 또 뇌물의 대가성 역시 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증인 법정 진술 신빙성 문제를 제기하며 2심 재판을 다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할 사람을 특별한 사정없이  미리 수사기관에 소환해 면담하는 절차를 거친 후 증인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진술을 한 경우, 검사가 증인신문 전 면담 과정에서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으로 증인의 법정 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 담보되어야 증인의 법정 진술을 신빙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검사가 증인신문 준비 등 필요에 따라 증인을 사전 면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나 피고인의 관여 없이 일방적으로 사전 면담하는 과정에서 증인이 훈련되거나 유도돼 법정에서 왜곡된 진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이 없었다는 사정은 검사가 증인의 법정 진술이나 면담과정을 기록한 자료 등으로 사전면담 시점, 이유와 방법, 구체적 내용 등을 밝힘으로써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사는 1심과 원심에서 두 차례에 걸쳐 신문 전 증인을 소환해 면담을 했고, 이 과정에서 증인은 자신의 검찰 진술조서 등 내용을 확인했다”며 “증인은 검사에게 법정에서 증언할 사항을 물어보기까지 했는데, 이후 진행된 증인 신문에서 차명 휴대전화 등에 대한 종전 진술을 번복하는 등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점점 구체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인이 검찰에 소환돼 면담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의 영향을 받아 종전에 한 진술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로 변경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검사가 면담과정에서 증인의 법정 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원심이 1심과 달리 유죄로 판단한 근거가 된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된 김 전 차관은 지난 2월 청구한 보석이 인용되면서 법정구속 이후 약 8개월 만에 출소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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